비즈니스이야기/서비스이야기

스마트폰 속 배달앱의 와해성 혁신

oojoo 2014. 2. 3. 07:25

사보에 기고한 글..


▣ 1000억원 시장 규모의 전화번호부와 상가수첩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스마트폰 배달 앱
 출출한 저녁이면 어김없이 치맥이 떠오르고, 족발과 소주 생각이 납니다. 야식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고 뒤적이는 것이 상가수첩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상가수첩을 찾기 보다는 배달 관련 앱을 이용해 출출한 배를 달래줄 먹거리를 찾는 것이 달라진 요즘 우리 모습입니다.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일상의 변화이자 비즈니스의 혁신인 셈이죠.

∙ 일상의 변화에서 찾은 비즈니스의 기회
 하루 수 십만명의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카카오톡, 밴드, 티맵, 스마트월릿 등의 자리 잡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이죠. 아무리 트래픽이 많아도 돈 버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오히려 그 트래픽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의 부담으로 서비스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푸딩카메라, 싸이메라, 김기사 등의 앱의 고민도 수익모델의 발굴입니다.

 대개의 서비스들은 트래픽을 먼저 확보 후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지만, 배달의 민족, 배달통과 같은 야식배달 관련 어플들은 초기부터 탄탄한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구축해갔습니다. 야식배달 업체를 찾기 위해 상가수첩을 뒤적이는 불편함을 모바일 검색과 바로 전화로 연결되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배달어플로 해소시켰습니다. 배달 어플의 강점은 최신의 배달업체 정보와 상세한 메뉴 정보와 가격을 볼 수 있고, 주변 주민들의 생생한 리뷰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늘어가면서 최신 인터넷 서비스나 온라인 비즈니스에만 관심을 가질 때, 오히려 일상 속에서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이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의 가능성과 기회를 포착했다는 것이 역발상인 셈입니다. 물론 배달앱들의 성공이 저절로 된 것은 아닙니다. 초기 이들 앱에 등록된 배달 정보가 거의 없어 사용자는 찾지 않고, 사용자가 적으니 배달업체들 또한 이곳에 정보를 올리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습니다. 충분한 배달정보를 확보하고 아파트 단지 주변의 업체들이 이 앱을 주목하도록 영업력과 운영력을 총동원하며 노력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노력은 모바일앱 개발과 디자인, 기획을 위해 투자하는 노력보다 적었을리가 없습니다.

∙ 혁신하지 않은 기업의 딜레마
 배달앱의 성장은 반대로 상가수첩 비즈니스에는 고스란히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1000억원에 육박하는 상가수첩 광고와 지역정보 전단지 등의 사업은 스마트폰 속 배달앱의 성장과 함께 퇴색되어가고 있습니다. 각 지역 상권에서 오랜 시간 사업을 해오던 지역광고 업체들에겐 날벼락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상가수첩 외에도 포커스, 벼룩시장과 같은 무가지들도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하철, 버스에서 무가지보다는 3-4인치 디지털 스크린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무가지가 지배하던 시간은 줄어가고, 자연스럽게 무가지에 광고를 하던 광고주들도 떠나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상가수첩, 무가지와 같은 종이 기반의 지역 광고 사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10년 스마트폰이 확산되던 때, 모바일 사업은 삼성전자나 노키아 그리고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IT 기업에나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가면서 내비게이션을 만들던 팅크웨어(아이나비)와 같은 회사에 영향을 주고(티맵과 같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앱으로 인해),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를 축소하고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 시장에 영향을 주었을 뿐 IT와는 한참 거리가 먼 상가수첩과 같은 사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 미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혁신하지 않고 안주하는 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상을 지배할 때 너무도 빠르게 무너져 내립니다. 모든 기업은 항상 변화하려 해야 하고 멀리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 야식배달 광고에서 마일리지와 결제로의 사업 확장
 이미 배달앱은 단순 지역 광고를 넘어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에는 포인트 적립과 할인쿠폰을 연계해 다양한 형태의 광고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모바일 결제를 지원하며 더 큰 사업 영역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연간 국내 배달 시장 규모는 10조원이고, 이중 음식배달은 약 6조 3천억원인데 현금 결제 비중이 높은 이 시장에 모바일 결제가 적용되면 배달앱들의 매출 규모도 확대될 것입니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강점은 사업 영역의 확장이 자유롭다는데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보여준 놀랄만한 사업의 다각화(메신저 서비스에서 디지털 아이템 판매, 콘텐츠 유료화, 선물하기, 광고, 게임중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분야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사업을 다양하게 확대해갈 수 있습니다. 배달앱 역시 비록 트래픽이 일반적인 서비스 앱들과 비교하면 작지만 상가수첩 사업과는 달리 수익모델을 확장해가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트래픽이 먼저냐? 사업이 먼저냐?]
 인터넷 비즈니스 이전에는 사업전략이 확실히 구축되고 상품을 구성한 후에 마케팅에 나서며 사용자를 확보해갔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비즈니스는 과거의 성공 공식, 게임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우선 트래픽을 만들어 고객 접점을 확보한 이후에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해 사업을 구체화해갑니다. 하지만, 최근의 모바일 비즈니스는 이러한 트래픽 우선의 법칙이 무조건 통용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트래픽은 잘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비즈니스의 연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하는 서비스들을 보면 무조건 공식에 적용할 것이 아니라 유연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함을 생각해봅니다. 특히 인터넷에서 메일, 카페, 검색, 메신저처럼 대중적인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탄탄한 사업적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을 기반으로 상품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우리가 사업전략을 구상할 때 항상 고민하는 고객가치와 회사를 위한 비즈니스 가치 2가지에서 균형감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