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한국판 앱스토어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주간동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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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모방한 것을 짝퉁이라고 한다. 명품은 혼이 있으며 브랜드가 있지만, 짝퉁은 그런 것이 없다. 애플발 앱스토어가 아이폰의 인기에 힘입으며 모바일 시장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지고 왔다. 앱스토어의 세계적인 주목과 트렌드는 앱스토어를 모방한 짝퉁을 양산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후 구글, 노키아, MS, Palm 등이 앱스토어를 속속 오픈하고 있다.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유럽 등의 해외 시장에 자사의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앱스토어를 런칭할 계획이며, SKT와 KT 역시 한국에서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앱스토어 전쟁에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오픈마켓의 성공요인

앱스토어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전시된 장터를 뜻한다. 모름지기 장터는 사람들이 그득해야 성공할 수 있다. 온라인 장터인 지마켓, 옥션 등의 오픈마켓이나 아마존, 인터파크 등의 쇼핑몰의 성공비결은 사람들이 많다라는 점이다. 즉, 장터에 다양하고 훌륭한 상품을 공급하는 Seller와 거래를 활성화시켜줄 충분한 Buyer가 가득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앱스토어의 성공 비결 역시 마찬가지다. 앱스토어에는 괜찮은 소프트웨어(어플리케이션)를 개발하는 개발자가 있어야, 사용자들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폰의 OS인 Mac OS X에 기반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약 5만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등록했고, 이렇게 많은 어플리케이션 덕분에 사용자들이 열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개발자들은 앱스토어에 적극 참여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이폰 OS에 기반하여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 다른 모바일 OS보다 훨씬 편하고 훌륭한 산출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API를 활용해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보다 훌륭한 UI를 가진 어플리케이션을 보다 적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많은 아이폰 개발자를 양산하게 만들었다. 물론 애플이 앱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 판매를 통해 발생된 매출의 70%를 개발자에게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상생의 전략 역시 애플 전도사를 모을 수 있게 해주었다.


◈ 한국판 앱스토어 성공의 필수조건

애플 앱스토어의 주목으로 인하여 한국에서도 앱스토어를 구축하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KT는 SKT의 2000만명이 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앱스토어를 7월 중 런칭할 예정이며, LG전자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개방형 앱스토어를 7월 출시할 계획이다. 뒤늦게 KT도 휴대폰 외에 인터넷 전화와 IPTV를 망라한 앱스토어를 9~10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애플 앱스토어는 회수를 건너 우리나라에서 탱자가 되지는 않을까? 한국의 앱스토어 전쟁에 있어 성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앱스토어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훌륭한 개발자와 충분한 소비자가 있으면 된다.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 적극 참여해서 개발에 동참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2가지를 제공해줘야 한다. 하나는 개발하기 쉬운 기술 환경, 둘은 충분한 보상이다. 이러한 선결조건이 없다면 앱스토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개발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상품이 많지 않으면 소비자도 없다.

또한, 소비자가 많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다양성 외에 휴대폰에서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설치해서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사용자의 체험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괜찮은 스마트폰과 저렴한 통신요금이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제반 사항이 한국의 모바일 시장에 갖춰진 것일까? SKT의 앱스토어에는 SKT가 만든 앱스토어 플랫폼에 적극 참여해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개발자들이 넘쳐 날 수 있을까? SKT 앱스토어를 통해서 개발자들은 합당한 보상과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한국의 사용자들은 통신 요금에 대한 불안감없이 KT의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자유롭게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까? LG전자의 앱스토어에서는 한국 사용자들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진열될 수 있을까?

명품은 고객에게 욕망을 채워주어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해줌으로써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준다. 짝퉁은 명품을 모방하는 일시적인 소비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영감을 받아 나온 한국의 다양한 앱스토어들은 과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아이폰 앱스토어를 한국에서 대체할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또다른 명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짝퉁에 불과하게 될 것인가?

그 답은 우리의 앱스토어가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에게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만드는 가치를 주는 개방형 장터인지,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자사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려는 폐쇄적인 성인지 자문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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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화사대주의를 지극히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생각없는 "애플빠"는 혐오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아이폰을 신봉하고 앱스토어를 최고의 가치로 말하는 것 또한 싫습니다. 다만, 앱스토어가 보여준 혁신의 가치는 존경합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즉, 위 글은 앱스토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앱스토어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져 애플발 앱스토어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Posted by oo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