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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egloos/칼럼2006. 6. 18. 16:31

2005년 6월 열린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IBM의 파워PC에서 인텔 CPU로 교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6년 3월부터 기존의 파워북 G4+보다 최대 4배의 빠른 성능을 보이는 인텔 코어 듀어 프로세서가 탑재된 맥북프로를 출시했다. 그리고, 한국의 애플코리아도 지난 6월15일 인텔 코어듀어가 내장된 저렴한 가격(100만원 초반)의 맥북을 국내에 선보였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데다가 지난 4월 애플은 부트캠프를 공개하면서 매킨토시 컴퓨터에서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맥에 대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1%에 불과한 애플의 매킨토시가 돌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애플의 매킨토시는 디자인이 예쁘지만 가격이 비싸고 윈도우가 설치된 IBM 호환 PC와 호환되지 않아 사용이 까다로운 제품으로 여겨져왔다. 가지고 싶을만큼 매혹적인 컴퓨터인데 구입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5년 전에는 매킨토시를 잘 알지도 못한 사용자가 태반이었지만,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돌아온 왕년의 CEO 스티브 잡스와 2001년 출시된 아이팟으로 인하여 애플에 대한 스포트라이트 덕에 매킨토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 상황에서 저렴해진 가격과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다는 매킨토시는 그간 구입을 망설이며 꿈꿔온 매니아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주변에 애플의 맥북, 맥북프로를 들고 다니는 사용자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노트북에서 종종 윈도우를 발견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맥 OS X를 사용하고 있다. 그들이 윈도우를 사용할 때에는 IBM 호환 PC를 이용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즉, 새로 구입한 맥북은 Second PC로서 기존 IMB 호환 PC를 보조하며 함께 사용하는 용도로 애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테스트삼아 맥북에 부트캠프를 이용해 윈도우 XP를 설치해보았다. 기존 IBM 호환 노트북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깔끔한 순백색의 디자인을 갖춘 선명한 LCD 속에서 나타난 윈도우 XP 로고는 절로 탄성을 나게 해주었다. 윈도우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들이 설치되었고 사용이 가능했다. 다만, 맥북의 윈도우용 드라이버의 문제로 키보드와 그래픽 카드의 사용에 부분적인 오류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윈도우 설치 후 하루 반나절 이것저것 해본 이후 이틀이 지나면서 맥북의 OS는 맥 OS X가 늘 켜있을 뿐이었다. 윈도우를 사용하기 위해 재부팅해야 하는 그 지루한 시간(맥북은 사용하지 않을 때 Sleep 모드로 스탠바이 상태로 두다가 2~3초만에 다시 시작해서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옆에 있는 IBM 호환 PC를 켜는 것이 훨씬 낫다.

이렇게 맥북 속의 윈도우는 왠지 어색했다. 속도나 호환성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키보드와 그래픽 카드, 사운드 카드 드라이버의 호환성 문제로 매끄럽게 윈도우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 전에 마치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가 아닌 파워포인트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과 같은 어색함이 느껴졌다. 맥북 속의 윈도우는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즉,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는 맥북, 맥북프로는 마케팅적인 이슈가 되기에는 충분하지만 실질적으로 윈도우를 주로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매킨토시를 구입하게 할만큼 사용성이 높지는 않은 것이다. 매니아가 아닌 일반 사용자라면 2개의 운영체제를 번갈아가며 왔다갔다 사용할만큼 그렇게 용감하지도 너그럽지도 않다. 즉, 윈도우에 길들여진 사용자에게는 윈도우 설치가 가능한(하지만 애플에서 고객지원을 해주지는 않는) 맥 OS X 전용의 매킨토시보다는 익숙한 IBM 호환 PC가 나은 것이다.

하지만, 매킨토시에 윈도우가 설치 가능하다는 것은 소수 사용자라는 설움으로 매킨토시의 사파리(웹 브라우저)로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한국의 WWW 서비스와 윈도우 전용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던 매킨토시 사용자에겐 커다란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매킨토시로는 2% 부족했던 컴퓨터 작업을 위해 IBM 호환 PC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눈 앞에 있는 맥북으로 윈도우 전용 작업을 해결할 수 있으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 매킨토시를 동경하던 얼리아답터에게도 윈도우를 지원한다는 매킨토시는 모험을 걸어보기에 충분한 유혹이다. 멀티미디어 감상, 오피스 작업, 인터넷 사용 등의 기본적인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맥 OS X는 부족함이 없고 2% 부족한 윈도우와의 호환도 극복하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윈도우가 설치될 수 있는 매킨토시는 기존 매킨토시 사용자와 윈도우를 사용하던 얼리아답터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윈도우 사용자들에게는 흥미거리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맥 OS X가 제거되어 윈도우가 기본적으로 탑재된 매킨토시 디자인의 예쁜 IBM 호환 PC라면 모를까,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는(그것도 불안정하고 고객지원이 되지 않는) 매킨토시는 매력적일 수 없다.

[코멘트]
사용자에게 2개의 플랫폼을 강요할 수는 없다. 맥 OS X와 윈도우 모두의 사용법을 익혀야 할만큼 사용자는 여유롭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맥 OS X와 윈도우라는 플랫폼이 어떤 하드웨어 어떤 WWW 서비스(SW까지는 바라지도 않음)에서도 호환이 될 수 있어 보다 공평하게 경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다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OS가 사용자의 PC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MS의 윈도우는 IBM 호환 PC 뿐만 아니라 매킨토시에서도 설치될 수 있어야 하고(부트캠프가 빨리 정식버전이 나오고 애플은 이것을 공식적으로 고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맥 OS X 역시 어떤 PC에서나 설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WWW 서비스는 IE와 파이어폭스는 물론 사파리 등의 브라우저도 지원되어 어떤 플랫폼에서든 사용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oo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