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집필 중인 웹트렌드 서적의 일부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IT 비즈니스맨 대상의 책이라 A to Z를 다루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맞게 내용을 수정, 보완합니다.
제가 처음 IT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분야는 IT 콘텐츠를 다루는 서비스였습니다. 최신 컴퓨터 주변기기와 MP3P 등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리뷰와 뉴스, 강좌 등을 제공하던 서비스라 하루에도 수 십만명의 사용자들이 방문했습니다.(어디냐구요? pcBee입니다. ^^)
pcBee, K벤치, 브레인박스, 테크노아 등의 사이트가 존재하기 전에는 컴퓨터 잡지를 구매해서 이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들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정보를 얻게 되다보니 폐간되는 컴퓨터 잡지가 많아져갔습니다.
실제 1990년대에만 해도 10여개가 넘는 컴퓨터 잡지사(PC라인, PC월드, 아하PC, PC사랑, PC아카데미 등)가 있었지만 지금은 PC라인과 PC사랑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 그런데, 이들 콘텐츠 사이트는 방문자가 늘어가는 것과 비례적으로 사이트 운영을 위해 서버와 네트워크 비용에 투자하는 운영비 또한 늘어갔습니다. 당연히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돈, 수익모델이었고, 컴퓨터에 관심많은 사용자들이 찾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컴퓨터 관련 광고와 컴퓨터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시행했습니다.
당시 재미있는 광고 기법과 독특한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했었습니다. 기억나는 광고로는 사이트 메인 중앙에 '전광판 줄광고'를 제공해 광고주가 실시간으로 광고 내용(TEXT)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광고의 PV와 Click수를 매일 집계해서 보여주었습니다. 또, 기사 전문을 PDF로 다운로드 받아 인쇄할 수 있도록 하면서 PDF 내에 신문 광고처럼 특정 영역에 광고를 제공하는 시도도 해보았죠.
또한, 콘텐츠 유료화의 일환으로 사이트에 게재된 콘텐츠를 선택해서 이를 책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했습니다. 그 외에 특정한 책에 북펀드를 만들어 사용자들이 책 출간에 펀드 방식으로 투자를 하도록 하는 북펀드 1호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직접 출판사를 등록해 운영했었죠.) 그 외에 쇼핑몰도 해보고...
그런데, 결과는 모두 실패였습니다. 우선 광고의 경우 기존 컴퓨터 잡지에 광고를 집행하던 광고주들이 폐간된 잡지에 집행하던 광고비를 오히려 포탈 등의 더 큰 규모의 플랫폼에 광고를 집행하거나 아예 광고비를 없애버렸습니다. 설사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과거 잡지사에 지출하던 금액보다 더 줄어서 광고비를 지출하다보니 이들 사이트는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서버 등의 운영비에 대해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콘텐츠 사이트가 잡지 광고 시장을 대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광고 시장을 없애버린 꼴이 된 것입니다. 사실 인터넷 비즈니스가 항상 새로운 시장을 열거나 기존 시장의 파이를 키우거나 대처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처럼 아예 시장을 해체해서 없애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MP3로 인한 음반 시장의 침체와 메일로 인한 우편 시장의 해체입니다.
콘텐츠 유료화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WWW에 공개된 콘텐츠를 돈주고 사볼리 없고, 설사 일부만 공개했다 하더라도 돈을 지불하면서 콘텐츠를 구입하는 그런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시 MP3 유료화는 꿈도 못꾸던 시절인데 콘텐츠를 WWW에서 판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죠.
또, 쇼핑몰 역시 수익모델로 실패했습니다. 컴퓨터 관련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만큼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서 접근성을 높이려 했지만 사용자들은 콘텐츠만 소비할 뿐 상품 구매는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다른 쇼핑몰을 이용했습니다. 오프라인이었다면 영화, 쇼핑, 음식을 모두 한 건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주효할 수 있겠지만 온라인은 언제든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공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미끼로 사용자들에게 상품 판매까지 이어지도록 하지 못한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보고 비교를 하고선 정작 상품 구매는 평소 즐겨가는 쇼핑몰이나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쇼핑몰을 찾았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확립해 영향력을 가지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 유료화 혹은 콘텐츠 재판매,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시도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겸업하려는 것은 마치 MBC가 홈쇼핑을 하려는 것과 같다. 콘텐츠에 기반한 미디어와 쇼핑은 공존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규모가 작은 사이트 중에는 이를 실현하는 곳도 있지만 그건 제한된 규모 내에서나 가능할 뿐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기반의 미디어와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 서비스를 공존하며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콘텐츠에서 시작해 쇼핑으로 컨버전스하는 것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자연스럽고 실제 그런 사례가 더 많습니다. ^^ 쇼핑몰 입장에서는 고객을 더 오래도록 잡아두고 유혹하기 위해 기존의 캐시카우 기반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가 쉬운 반면 미디어로서는 상품 판매나 연동이 콘텐츠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기 떄문이죠.
그렇다고, 콘텐츠와 쇼핑이 공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최근 플랫폼의 트렌드를 보면 Data Portability라는 OPEN Platform 기반의 생태계에 대한 기반이 구축되고 있어 미디어와 쇼핑의 공존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세상은 컨버전스 시대인데 쇼핑과 콘텐츠, 미디어와 쇼핑 등이 결합되지 말란 법이 어디있겠어요. 다만, 처음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