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휴대폰 하나 때문에 시끌법썩이죠. 이런 소란 속에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deja vu”가 느껴진답니다. 1999년대 초 국내에 XT, AT가 보급되면서 시끌시끌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2010년 천지개벽이라도 할 것처럼 스마트폰의 보급과 이로 인한 새로운 모바일 시대의 개막에 대한 장미빛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과열되다보니 “골드러시”처럼 너도나도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합리적 경쟁은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 주지만 묻지마 경쟁은 산업 전체를 멍들게 합니다. 특히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IT 강국이라는 해외의 한국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앞뒤 가리지 않고 경쟁하기 보다는 상생의 협력으로 시장을 일궈가야 합니다. 이에 2가지의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1. 아이폰발 모바일 비즈니스의 핵심은 상생

애플의 아이폰은 미국 굴지의 통신사업자인 AT&T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조하는 Apple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후, 구글의 서비스(날씨, 증권, 지도, 유투브 등)가 유기적으로 연동해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은 이러한 시스템에 누구나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앱스토어라는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유통망을 제공했고, 이에 전 세계의 파트너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계를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누구에게나 참여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즉, 상생의 생태계를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 것이죠.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아무나 시도하지 못했던 플랫폼입니다.

생태계는 모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과는 눈에 보이도록 명쾌보이지만 그 안에 움직이는 수 많은 객체간의 관계와 에너지의 흐름은 눈에 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너도나도 아이폰의 생태계(앱스토어, 아이튠즈)를 모방하는 것은 쉽지만 아이폰 생태계와 같은 풍성한 아름다움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기에 성공의 결실이 큰 법입니다. 즉,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든 윈도우폰이든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생태계에 대한 준비와 고민은 누군가는 해야만 합니다.

왜? 해외의 잘 만들어진 그런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되지 그것을 한국에서 꼭 만들어야 하는가? 잘 만들지도 못할 것을 뻔히 아는데도 왜 그래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에 저는 “트로이 목마”가 두렵기 때문입니다.라고 답을 하고 싶습니다.

IBM 호환 PC를 통해서 MS 윈도우와 함께 인터넷 익스플로러, MSN 메신저와 MS 오피스 등이 들어온 것처럼 아이폰 등을 통해 구글과 야후 등의 해외 서비스들이 한국에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외 서비스가 들어오는 것이 뭐가 잘못이고 문제이겠습니까. 제가 거창한 국수주의자도 아닌데 괜찮은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제공되면 되지 신토불이 한국 서비스, 해외 서비스 따지며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조금 오버해서 “국어를 잃어버리면 문화가 훼손되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우리의 생각과 문화를 IT 서비스가 지배하기 때문이죠.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나 관습, 정책 등을 부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해외 서비스가 한국 사용자의 인터넷 서비스를 지배한다면 그만큼 우리의 자율성에 영향을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외 서비스를 무조건 배척하자라는 것은 아니죠. 결국 서비스는 사용자에 의해 취사 선택되며 진화되어가는 것입니다. 자율경쟁 속에서 국내외의 서비스가 한국 소비자의 요구와 문화 특성에 맞게 다듬어져가는 것이 최고의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일부 스마트폰에는 이미 해외의 인터넷 서비스들이 Default로 설치되어 제공되는 바람에 자율경쟁이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컨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의 유통이 한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어 있다보니 아쉬움도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쟁할 수 있는 한국만의 모바일 생태계도 필요하다라는 것이죠. 한글과컴퓨터의 아래한글이라는 대항마가 있었기에 MS워드가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며 가격 정책이 결정되고 소프트웨어의 사용성이 로컬라이제이션된 것처럼 적절한 경쟁 구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시장이 건강해지고 사업자가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모바일 시장에 해외 모바일 플랫폼에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제대로 된 에코 시스템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KT의 쇼스토어, SKT의 T스토어, 삼성전자의 바다 그리고 또 무엇인가가 적절한 대항마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들이 그런 대항마가 되기 위해서는 상생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갑과 을의 구도가 아닌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는 동등한 파트너로 시스템에 동참하려는 사업자들을 대해야 할 것입니다.


2. 제로섬 게임의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개척할 황무지가 많으면 서로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저 눈앞에 놓여진 황무지를 열심히 개간해서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으면 될 뿐이죠. 하지만, 더 이상 개척할 땅이 없으면 남의 떡에 눈길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것이 레드오션입니다.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SKT, KT, LGT 3사에 의해 시장점유율이 약 5:3:2의 황금분할로 각자의 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간 서로 치열하게 한치의 양보없이 서로가 가진 땅을 탐내며 단말기 보조금과 광고 집행을 하며 버스폰(일명 공짜폰)으로 경쟁사의 고객 유치에 힘써왔습니다.

레드오션에서의 싸움은 피튀길만합니다. 시장의 파이는 일정하기에 경쟁사의 매출이 늘면 내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그렇다보니 상대의 상품과 서비스를 비방하는 광고와 음성적 마케팅이 성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블루오션은 다르다. 새 시장은 서로 협력하며 개척해가야 합니다. 시장의 파이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눈덩이처럼 계속 커져가기에 서로 합심하여 눈을 함께 굴려가며 시장의 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시장 진입기의 비즈니스는 모름지기 상생의 모델을 가져가야 합니다. 즉, 경쟁자라 할지라도 서로 협력하며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야 합니다.

아이폰발 쓰나미가 불어닥친 한국의 모바일 시장에 과거 모바일 산업을 주도하던 SKT, KT, LGT는 서로 어떤 협력 관계를 지향해야 할 것인지를 곰곰히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유통(컨텐츠와 어플)과 서비스 게다가 광고 산업까지도 진출하려는 애플, 인터넷 서비스와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 기반으로 안드로이드라는 SW로 모바일 플랫폼을 주도하려는 구글, PC와의 탄탄한 호환성과 확장성으로 언제 기지개를 켤지 모르는 MS와 대항하기 위해 한국의 이동통신 3사는 새로운 블루오션의 모바일 시장과 산업을 바라보며 어떤 동반자 관계를 가져가야 할까요?

레드오션의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던 과거와 다른 이동통신사간의 관계 정립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되는 세상이니까요. 같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싸우고 있지만, 그 가입자들에게 더 많은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방보다는 협력을, 경쟁보다는 상생을 꿈꿔야 할 때입니다.


(위 글은 태터앤미디어의 요청에 의해 진행했습니다만, 주제와 내용에 대한 그 어떤 가이드나 검수 등이 없었기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 어떤 눈치보지 않고 정리했습니다.) - 이 포스트는 이동통신의 미래를 위해 KT가 함께합니다..
Posted by oo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