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 사물인터넷2014. 10. 1. 08:00

저녁에 출출하면 상가수첩을 뒤적이며 야식으로 치킨이 좋을까, 족발이 좋을까, 피자는 어떨까 고민에 사로 잡힌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지하철 입구나 버스 정류장에 배치된 무가지를 집어 들고 대중교통에 몸을 실는다. 점차 아니 이미 벌써 이런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상가수첩은 배달앱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어디서나 눈에 밟히던 무가지는 폐간되며 사라져가고 있다. 그것은 모두 2010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이 변화시킨 우리 일상이다. 일상의 변화는 이제 비즈니스의 혁신 더 나아가 산업 패러다임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미 2000년대 PC와 웹의 등장으로 신문과 TV, 서점, 오락실 등은 큰 변화를 직면했고, 이제 2010년대 스마트폰과 모바일의 성장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변화는 현실계에 아직도 영향력을 뿌리 깊게 차지하고 있는 유통과 금융 시장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모바일 간편 결제와 사물 인터넷의 만남

최근 한국 뿐 아니라 유럽 그리고 미국에서 우버라는 운송 중계 서비스가 공유경제라는 비즈니스 혁신을 무기로 택시산업을 와해시키고 있다. 실제 위기를 느낀 택시 사업자들은 우버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이끌어내 불법 택시 운영이라는 이유로 고발된 상태고, 택시들도 파업에 나서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4년 전부터 사업을 해오던 우버는 지난 6월에 약 18조원의 기업 가치로 1.2조원의 투자를 받았다. 우버에 대한 사용자, 즉 승객들의 뜨거운 관심은 우버의 성장 가능성의 밑거름이 되었고, 그것은 투자로 이어졌다. 또한, 이같은 승객들의 사랑은 기존 운송사업자들의 경각심을 가져왔고 그것이 우버에 대한 견제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용자들은 택시보다 우버에 열광하는 것일까? 우버의 장점은 다양하지만, 기존 택시 대비 가장 편리한 점 중 하나가 바로 ‘결제의 편의성’이다. 우버는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앱으로 운전기사와 승객을 중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승객이 우버를 실행하면 현재 위치가 지도에 뜨며, 내 위치 주변에서 호출 가능한 차량의 위치 정보가 뜬다. 차량을 호출하면 출발지까지 해당 차량이 언제쯤 도착하는지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목적지까지 이동한 이후에 운송료는 자동으로 스마트폰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 미터기에 찍힌 요금을 보고, 현금을 꺼내고 거스름돈을 돌려 받거나 신용카드를 꺼내어 결제한 이후 영수증을 받는 기존 택시에서의 절차가 생략된다. 목적지까지 이동한 후에 그냥 내리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이용 금액이 나타나며 메일로 영수증이 상세하게 전송된다. 요금과 관련해서 운전기사와 승객간에 번거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 생략되는 셈이다.


Uber의 결제 화면과 영수증

만일 요금에 대한 문제가(이동 경로가 돌아서 갔거나, 요금이 생각보다 비쌌거나) 있으면 요금 검토 요청을 통해서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간 이용한 우버의 사용 내역은 상세한 영수증 정보와 함께 우버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어디로, 몇분을, 어떻게, 누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얼마의 요금으로 이동했는지 상세한 정보의 확인이 가능하다. 카드나 현금없이도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할 뿐 아니라, 사랑하는 애인이나 친구, 지인을 우버에 태워보낸 이후 내가 대신 결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버를 여럿이 함께 이용해 이동할 경우 함께 탄 동료들간에 1/n로 요금을 분할해서 결제하는 것도 쉽게 가능하다. 우버가 기존 택시 대비 가진 다양한 강점 중 하나는 바로 결제의 편의성이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온 배달앱 또한 야식을 주문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편리하다.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바로결제를 이용하면 주문 즉시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주문 따로 결제 따로의 번거로운 과정이 하나로 통합되는 셈이다. 배달앱들은 연간 10조원 규모의 국내 야식배달 시장에 바로결제라는 결제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서 결제 대행 수수료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며 상가수첩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스마트폰이 혁신을 만들고 있으며, 이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회사는 배달앱으로 사라져가는 상가수첩이나 이미 자취를 감추고 있는 무가지처럼 퇴보되어 갈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혁신이 뿌리 깊게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산업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가리켜 O2O라고 부른다. Online to Offline이라는 뜻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밀결합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산업간 경계가 붕괴되고 융합되어가는 것을 말한다. O2O의 대표적인 사례로 바비인형과 완구를 판매하는 미국의 Mattel사는 Apptivity라는 개념의 장난감을 들 수 있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의 성장 속에서 인형과 완구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Mattel은 태블릿 게임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의 완구를 만들어 O2O 시대에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완구를 태블릿 위에 올려두면 게임앱과 연결이 되어 올려둔 완구의 종류에 맞게 게임의 구성과 아이템이 달라진다.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 등의 완구 종류에 따라 사용 가능한 게임 아이템이 달라지는 것이다. 디지털의 가치를 담은 완구를 태블릿 위에 올려두고 게임을 하면 손가락으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입체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Mattel의 O2O 완구, Apptivity

O2O의 패러다임은 오프라인 유통과 결제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작년 말에 애플은 아이비콘이라는 기술을 선보였고, 오프라인 애플 스토어에 이 기술을 이용한 기기를 설치하면 매장 내에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보다 편하게 매장 내 상품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Paypal은 가게에 무선 네트워크 기술인 블루투스를 이용한 비콘을 설치하면, 비콘과 가게를 방문한 고객의 스마트폰이 연결되어 모바일을 이용해 결제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준다. 매장에 고객이 방문하면 매장에 설치된 비콘이 블루투스 기술을 통해 매장을 찾은 고객의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해당 고객이 누구인지 점주의 POS에 고객 사진, 이름과 함께 표시된다. 점주는 고객 정보를 확인 후 인사를 나누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매장을 나서는 순간 점주가 청구한 서비스 요금이 자동으로 고객의 페이팔 계정에 연동된 카드에서 지불된다. 요금을 확인하고 카드를 내밀고 VAN 단말기에 긁은 후, 싸인을 한 이후 영수증을 받는 과정이 생략된다. 고객은 결제 전에 결제 정보를 확인한 이후에 결제 여부를 선택할지, 해당 가게에서는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설정할 수도 있다. 이 비콘은 사물 인터넷(IoT) 기기로 매장과 결제 시장에서 O2O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Estimote, 샵킥 그리고 한국에서는 SK플래닛의 Syrup과 Yap 등에서 비콘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쇼핑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가게에 설치된 비콘을 이용한 자동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의 비콘


그런데, 이같은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의 혁신에 결제가 중요한 Trigger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모바일 결제를 무기로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앞서 페이팔을 인수한 이베이가 인터넷 결제를 넘어 오프라인 가게에 비콘을 설치해 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처럼 아마존과 알리바바 그리고 카카오톡과 텐센트 그리고 애플과 구글 등이 모바일 결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결제가 단순히 온라인 결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애플이 발표한 Apple pay는 아이튠즈에 등록된 신용카드를 아이폰의 패스북에 연계함으로써 오프라인에서 결제 시에 아이폰의 지문인식을 이용한 인증을 통해 쉽게 아이폰에 등록한 카드를 NFC를 이용해 오프라인 결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신용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종이 영수증도 받을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모바일 상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용은 오프라인에서 한다. 즉, 현실계에서 온라인의 편의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NFC를 이용한 애플의 결제 서비스, Apple Pay

전통적인 금융사들이 이러한 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결제의 접점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사들과 사용자들의 거리는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기존의 신용카드나 은행을 연결해서 금융 거래를 하겠지만, 점차 특정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선불 결제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와의 연결로 전이되면서 금융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 고객 접점을 잃어버리게 되면 거래에서 소외될 뿐 아니라, 고객의 소비, 결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잃게 된다. 인터넷 기업들의 결제 시장 진출은 결제 시 수수료 BM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의 편의성을 통해 더 많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소비 생활 전반에 대한 고객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 기반의 웹은 온라인 가상 세계를 만들었고, 오프라인 현실 세계의 대척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 이 비즈니스는 신문과 방송이라는 매스미디어를 넘은 블로그와 유투브, 검색 등의 온라인 미디어와 몰과 오픈마켓 기반의 온라인 커머스, 오락실을 넘어선 인터넷 게임 등의 산업을 성장시켰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프라인 산업은 축소되고 도태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시키고 있으며 미디어, 커머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결제 등의 새로운 산업에도 기회와 위기를 가져왔다. 특히, 스마트폰과 비콘 기술 즉,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 트렌드를 맞아 오프라인 커머스와 결제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 변화에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금융사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포탈에 무너진 신문사, 유투브의 성장 속에 갈피를 못잡고 있는 방송사, 상가수첩이나 무가지와 같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Apptivity라는 Mattel이나 IoT 트렌드 속에서 헬스케어 디바이스인 Fuelband와 같은 스마트 밴드를 만들며 혁신적 기업으로 변신한 Nike처럼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변화를 주도하는 기존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움직임과 작은 금융 스타트업들(Fintech = Financial Technology)의 도전을 눈여겨보고 이들의 혁신에 동참하고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물 인터넷 기기를 만들며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 중인 Nike의 Fuelband 

Posted by oo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