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불편한 심기로 Daum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에 있습니다. Daum이라는 플랫폼(TOP에서 노출되는 주요 뉴스 기사와 블로거 뉴스 그리고 무엇보다 아고라)에서 게재되는 반 조중동 글 때문이죠. 조중동 입장에서는 그러한 글들을 생산, 유통해내는 Daum 플랫폼이 좋게 보일리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의 미디어 플랫폼이 기존 미디어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그 내용을 사용자들의 선택에 의해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결국 인터넷 그 자체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그런 인터넷 플랫폼의 특징을 그 똑똑한 기자분들이 모를이는 없고, 아마도 조중동의 바램은 Daum이 유도리있게 이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을 운영, 관리해줬으면 하는 것이겠죠. 조금 심하다 싶은 포스팅은 TOP에 노출되지 않도록(눈에 띄지 않도록) '관리'를 해줬으면 하는 것인데 그걸 Daum이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으니 뿔이 날 수 밖에요.
아무튼 조중동 입장에서 이런 Daum을 길들이는 효과적 방법으론 '기사'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조중동의 기사 퀄리티에 대한 판단은 둘쨰치고 어쨋든 상당한 양을 생산해내는 이들 신문사의 콘텐츠가 포탈에 공급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조중동은 7월 중순부터 Daum에 뉴스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포탈에 기사 공급 중단은 2004년 말에도 있었습니다. 주요 스포츠 신문사가 포탈에 기사 공급을 중단했던 일이 있죠. 하지만, 결국은 스포츠 신문사의 참패로 끝을 맺었죠. 이유는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의 눈과 귀를 지배하고 있는 포탈에 기사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열심히 생산해낸 기사가 많은 독자들에게 보여질 기회를 놓치게 되어 미디어의 중요한 요소인 '영향력 확보'에 실패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중동의 기사 중단은 스포츠 신문사와 달리 나름 한국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언론이라는 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Daum이 백기를 내리려면 조중동 기사가 없는 Daum에 매력을 잃고 조중동 기사를 보기 위해 네이버나 조중동 홈페이지를 찾는 사용자가 많아져야겠죠. 제 생각에 그럴 것 같진 않네요. 사실 볼만한 콘텐츠는 여러 곳에서 공급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문제는... 기사 공급을 중단한 신문사의 콘텐츠가 Daum에 실렸을 때 발생하는 저작권 공방입니다. 카페, 블로그, 아고라 등의 게시판에 기사 공급을 중단한 조선일보 기사가 펌질되었을 때 조선일보가 이를 저작권 침해로 적극 응대하기 시작하면 Daum으로서는 운영과 관리의 리소스가 들어갈 것입니다. 그것도 눈에 불을 켜고 적극적으로 펌글된 기사들에 대해 집요하게 꼬투리를 잡으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겠죠. ^^
사실 이러한 목적으로 기사 공급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쨋든 플랫폼 기획자인 저로서는 이번 사태로 플랫폼의 지배력과 그 플랫폼 속의 콘텐츠가 주는 영향력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