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
1997년 국내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며 본격화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WWW이 지배한지 오래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연결해서 가장 먼저하는 것은 웹브라우저를 실행하고 WWW에서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정보를 찾고, 메일을 확인하고, 카페에서 수다떨고, 미니홈피에 일상사를 담는 모든 행위는 WWW을 통해 구현된다.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WWW이 이제 컴퓨터를 넘어 모바일까지도 점령하고 있다. WWW이 다음 점령 고지로 삼은 모바일에 대한 움직임을 살펴본다.
◈ 휴대폰 속의 인터넷
텔레비전이 흑백TV와 컬러TV에 이어 디지털TV로 나뉘듯이 휴대폰은 유선전화와 휴대폰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휴대폰도 아이폰 출시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다. 그만큼 휴대폰 시장에 아이폰이 준 영향력은 크다. 아이폰과 같은 휴대폰을 가리켜 스마트폰이라 부르며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참여한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전용 운영체제), MS(윈도우모바일이라는 모바일 운영체제) 그리고 애플(아이폰), RIM(블랙베리), Palm(Palm Pre), 노키아 등이 있다. 물론 휴대폰을 제조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및 HTC와 팬텍과 작은 모바일 기기 개발업체들이 스마트폰 개발에 주력 중이다. 이렇게 스마트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게 된 배경에는 블랙베리와 아이폰 등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소위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이러한 휴대폰은 기존의 휴대폰과 무엇이 다를까? 기존 휴대폰이 통화를 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음악을 들으며 TV를 볼 수 있었다면,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PC처럼 다양한 용도로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 휴대폰 제조사가 정해준 용도만으로 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 확장하며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어플리케이션)는 약 7만8천개에 육박한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무려 7만8천가지로 확장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은 앱스토어라 불리는 장터를 통해서 사용자가 쉽게 고를 수 있다. 앱스토어에 진열된 어플리케이션을 마치 쇼핑하듯 원하는 것을 골라서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다. 이렇게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 기존 휴대폰과 크게 다른 점이다.
오바마폰으로 불리며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준 블랙베리
이렇게 휴대폰이 똑똑한 컴퓨터처럼 바뀔 수 있었던 배경에는 휴대폰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며, 휴대폰에서 무선 인터넷을 좀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기존 휴대폰으로 느끼기 어렵던 사용자 체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며, 3G와 같이 빨라진 무선 인터넷 환경으로 아이폰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어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는 크게 WAP, 어플, 모바일웹 등의 형태로 구분된다. WAP은 스마트폰이 아닌 기존의 휴대폰(피쳐폰이라 부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국내에 보급된 휴대폰의 99%에서 WAP을 이용해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WAP은 여러가지 제약 사항때문에 인터넷 사용이 불편해서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폰 등의 보급과 함께 어플이나 모바일웹의 형태로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좀 더 편하게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를 가리켜 어플이라고 한다.어플은 PC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와 유사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윈도우와 맥 OS X 등의 운영체제에 따라 소프트웨어도 다른 것처럼 스마트폰에 설치된 운영체제에 따라 소프트웨어도 다르다. 즉, 아이폰에서 사용 가능한 7만8천개의 어플은 블랙베리나 옴니아(윈도우모바일이 설치된 폰) 등에서 사용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어플은 3인치에 불과한 작은 크기의 휴대폰 디스플레이와 불편한 입력장치의 단점을 극복해서 편리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각각의 스마트폰별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부담이 크다. 최상의 사용자 체험을 제공하지만 투자비가 상당하다. 이점이 스마트폰 어플의 개발사 입장에서의 아쉬움이다.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제공되는 어플 중 하나인 골프맵 어플
그런 이유로 대안인 모바일웹이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웹은 휴대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WWW으로 어플에 비해서 개발이나 관리의 투자가 크지 않다. 게다가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에서도 모바일웹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국내의 휴대폰인 햅틱 시리즈나 아레나폰과 같은 최신폰에서는 모바일웹을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가 내장되어 있다. WWW은 이제 PC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방에 있는 19인치의 스크린을 넘어 움직이는 3인치의 작은 스크린을 점령할 태세를 갖추었다.
◈ 블랙홀이 되어버린 WWW
세상의 모든 정보와 서비스가 WWW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WWW화되지 않은 정보는 접근성이나 확장성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신문의 뉴스나 방송사의 비디오 등도 Paper나 TV 속에만 존재해서는 미디어의 가치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다. 이미 신문사, 방송사는 물론 수 많은 데이터들이 WWW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HTML 규약에 의해 WWW을 통해 접근할 수 있게 표준화된지 오래다.
그렇게 모든 데이터와 서비스를 삼킨 WWW은 그간 접근 경로가 너무 PC 중심이었다. PC는 주변 도처(회사, 학교, 집, PC방, 커피숍 등)에서 만날 수 있지만 사용하기 쉬운 도구는 아니다. 컴퓨터는 TV나 휴대폰처럼 사용하기 쉬운 도구는 아니다. 게다가 PC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WWW은 그 영향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 빅뱅이 되어 그 영역을 확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휴대폰이다. 휴대폰의 3인치 스크린을 점령하기 위해 WWW은 모바일웹으로 거듭 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구글은 모바일웹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인지 오래이며 야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들도 모바일웹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WWW과 함께 병행 제공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 네이버, 파란, 싸이월드 등의 국내 굴지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모바일웹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모바일웹 서비스는 휴대폰 특성에 맞춰 작은 화면에서 보기 편하게 화면 구성이 되어 있으며 용량을 최소화해서 휴대폰에서도 경량화된 웹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휴대폰 모바일웹에 최적화된 Daum(http://m.daum.net)
게다가 새로운 WWW 규약인 HTML5에는 모바일웹을 위한 진보된 기술적 표준들이 포함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의 HTML5에 모바일웹에 대한 진보된 기술 규약을 넣으려는 이유는 모바일웹의 보편성과 접근성, 확장성 덕분이다. 모바일웹은 WWW과 함께 PC, 휴대폰을 지배하고 나아가서는 TV까지도 확대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PC 기반의 WWW 서비스에 보여준 세계적인 주목(세이클럽에서의 아바타 기반의 아이템 유료화, 미니홈피의 도토리 비즈니스 모델, 지식인에 기반한 검색 서비스 등)이 모바일이나 IPTV에서는 초라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WWW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파괴적 혁신과 자기잠식 효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쳤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을 저렴한 정액제 상품으로 보급하고 무료로 WWW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과 IPTV에서는 그러한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한 거대기업들의 움추림과 캐시카우를 잃지 않기 위한 보수성때문에 시장이 활짝 열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열리지 않기에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관련 산업과 시장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모바일 시장 뿐 아니라 기존의 WWW 시장마저 발목을 잡아 기존 시장마저 공멸하게 만들 수 있다. WWW의 더 큰 진화와 성장을 위해 모바일웹 활성화를 그 어느때보다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