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다. 책상 위에 커다란 컴퓨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데스크탑이라 불리던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1970년대부터 느꼈던 감정 즉, 가족이 도란도란 거실에 모여 TV를 시청하는 경험을 사라지게 했다. 문닫고 방에 들어가서 책상 위의 17인치 모니터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것에 더욱 익숙해지게 되었다. 20년 넘게 우리를 방에 가두었던 PC-인터넷 시대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방이 아닌 거리, 버스, 침대위, 거실, 주방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된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골방에 갇혀 지낼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 아직 본격적으로 내 손에서의 자유를 만끽하기도 전에 또 다른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아이패드와 스마트TV의 등장이다.
아이패드와 스마트TV(http://goo.gl/Wjfu)의 등장은 거실에서 방으로, 방에서 손위로 바뀌어가는 생활의 패턴 속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릎 위에 올려두고 소파, 침대 그리고 야외(주로 학교 캠퍼스와 회사 회의실 등)에서 디지털 라이프, 인터넷 라이프를 즐기는 것은 방에서 그리고 손에서 즐기는 것과는 또다른 커다란 삶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무엇보다 혼자 즐기던 디지털 사용의 패턴을 함께 즐기는 것으로 그리고 콘텐츠와 서비스의 경계를 허물어 제대로 된 컨버전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방에서 다시 거실로 우리 삶의 주된 콘텐츠 소비 공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의미있는 기술의 변화는 삶의 양식까지도 바꾸기 마련이다. 거실에서 방으로 바뀐 삶의 양식은 집 밖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다시 거실로의 삶으로 회귀할 것 같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우리 삶도 반복된다. 태블릿과 스마트TV가 혼자 즐기던 인터넷 Life를 함께 즐기는 것으로 바꾸어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PC-WWW 그리고 스마트폰 기반에서 주목받았던 콘텐츠, 서비스와는 다른 콘텐츠 소비 패턴이 이루어질 것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거실과 무릎위에서 주로 보던 콘텐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잡지와 책일 것이다. 그리고, 비디오 역시 거실에서 즐겨보던 콘텐츠이다. 거실로의 복귀는 그간 PC와 인터넷 덕분에 잊고 지내었던 콘텐츠가 재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 그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을 누가 운영하고 지배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PC 기반의 웹에서는 포탈이, 스마트폰은 앱스토어가, 전자책은 아마존과 iBook이 주도하는 것처럼 새로운 태블릿과 스마트TV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누가 지배하느냐가 중요하다. 달라진 콘텐츠 소비 패턴에 따라 콘텐츠의 유통도 달라질텐데, 그 시장을 누가 지배하는지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기술의 변화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