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인형을 유명한 MATTEL이라는 회사는 인형, 완구 등에 관심을 잃은 디지털 키즈들에게 외면받는 완구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아이패드 위 게임앱과 연계되는 Apptivity라는 디지털 완구를 개발했다. 장난감 자동차 완구를 아이패드 위 Apptivity를 지원하는 게임앱을 실행한 채 올려두면 올려둔 자동차 완구를 인식해 그 완구에 맞는 게임이 가동된다. 손가락으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손가락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게임 아이템을 이 완구를 올려두면 사용할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한데 어울어진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 것이다. 이처럼 주변 사물들 하나하나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상호 연동되는 새로운 사물 인터넷의 신세계가 제3의 디지털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 포스트 스마트폰, 사물 인터넷 시대
사물 인터넷은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시대를 일컫는다. 사실 이런 세상의 모습은 최근에 등장한 비전이 아니라 1974년에 네덜란드의 한 세미나에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가 유비쿼터스라는 용어로 미래 컴퓨팅 철학을 언급하면서 초석이 다져졌다. 이때 언급된 개념은 1990년대말부터 다양한 실험실과 연구기관에서 연구되어오다가 스마트폰이 급격히 부각되고, 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최근 1-2년 전부터 사물 인터넷이 회자되고 있다.
사물 인터넷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구글의 역할이 크다. 2012년부터 구글 X 랩에서 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알려지면서 착용 컴퓨터(Wearable computer)로서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용도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와치가 2013년부터 소니, 삼성전자 등이 참여하면서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IT 트렌드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구글이 애플과 구글의 개발자들이 나와서 2010년경 창립한 네스트 랩스(Nest Labs)라는 사물 인터넷 회사를 2014년 1월에 유투브 인수가의 2배로 인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이어 3월에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VR이라는 가상현실 헤드셋 전문업체를 23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IT 하드웨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사실 2014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혁신이 전년 대비 급격하게 위축되어 볼만한 스마트폰이 없었다. 반면,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사물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면서 스마트와치, 헬스케어를 위한 밴드와 가정내 설치하는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기와 인터넷 장난감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구글이 안드로이드폰과 쉽게 연동되는 안드로이드웨어라는 Wearable computer를 위한 전용 API를 공개하고, LG전자와 안드로이드웨어 기반의 G와치라는 스마트와치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발표하면서 IOT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LG전자가 구글 안드로이드웨어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G와치
1990년대 386 컴퓨터 기반의 PC통신, 2000년대 멀티미디어 컴퓨터 기반의 웹, 2010년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이 IT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2020년대에는 IOT라는 새로운 IT 플랫폼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을 겨냥해 사업의 기회를 포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상호 연대하여 IOT 플랫폼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들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월말에 AT&T, Cisco, GE, IBM 그리고 인텔 등은 IOT 플랫폼의 표준화 마련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작년 12월 리눅스 재단은 IOT를 위한 네트워크 표준 플랫폼 마련을 위해 LG전자를 포함한 여러 전자기기 업체들과 Allseen Alliance를 출범하기도 했다.
▣ 사물 인터넷이 주는 가치
사물 인터넷은 PC, 스마트폰처럼 주변 도처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을 지칭한다.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되니 스마트폰으로 진화해 기존의 컴퓨터보다 더 편리하고 강력하게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준 것처럼 사물 인터넷 역시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됨으로써 기존에 누리기 어렵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마트폰은 SMS를 공짜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여러 명이 한 대화방에서 대화를 하며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컴퓨터에서는 알기 어려운 내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해주고, 이동하면서 TV를 보고 검색된 상가에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다. 기존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하기 어려운 기능들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 새로운 사용자 가치이다.
사물 인터넷 역시 단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 것 자체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연결된 이후 어떤 사용자 체험을 제공하고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것과 비교해서 없던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사물 인터넷의 핵심이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MATTEL이라는 회사는 Apptivity라는 사물 인터넷 완구를 개발했다. 아이패드에서 Apptivity를 지원하는 게임앱을 실행하고, 완구를 올려두면 장난감과 아이패드 속 게임이 상호 연계되어 입체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앵그리버드를 손가락으로 하면 나오지 않던 아이템이나 새로운 판이 Apptivity 완구를 올려두면 나타난다.
앵그리버드를 지원하는 MATTEL의 Apptivity
장난감 자동차나 배트맨, 닌자 등의 완구를 Apptivity 게임과 연계해서 사용하면 손가락으로만 즐기는 게임보다 훨씬 감각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MATTEL 입장에서는 디지털에 빠져 사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완구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고, 게임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이다. MATTEL은 장난감을 아이패드에 연결함으로써 즉, BIT와 ATOM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구글이 인수한 NEST는 WiFi와 동작감지센서가 내장된 온도 조절기이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집안의 현재온도가 모두 실시간으로 기록되며, 집 밖에서도 원격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동작감지 센서 덕분에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얼마나 움직이는지 등도 측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데이터는 NEST의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주인이 어떤 온도를 선호하는지 분석한다.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더 이상 일일히 온도를 세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절한 시점에 원하는 온도로 집안의 온도가 조정된다.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해주는 Nest
온도 조절기가 인터넷에 연결됨으로써 제공하고자 했던 핵심 사용자 가치는 더 이상 온도를 맞추기 위해 일일히 신경쓸 필요없이 알아서 자동으로 온도를 조정해주는 편리함이다. 이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NEST는 인터넷에 온도조절기를 연결하고, 집안의 온도와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해가며 분석해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온도를 찾아서 제시해주는 것이다.
▣ 산업간 경계를 없애는 차세대 트렌드
IOT는 차세대 IT 트렌드로서 스마트폰이 보여준 것처럼 많은 변화와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낼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이전 PC 시대만 해도 하드웨어 컴퓨터를 만드는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윈도우 등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사는 서로 경쟁 대상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분리되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로 통합되어 운영되어가고 있다. 이미 애플은 아이폰과 iOS를 밀결합했고, MS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해 MS의 윈도우 모바일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있다.
향후 IOT 시대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넘어 서비스까지도 융합되어 산업간의 경계가 붕괴될 것이다. Nike의 경우를 보면 2006년부터 애플과 제휴를 맺어 나이키 플러스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나이키가 제공하는 Fuelband라 불리는 손목에 부착하는 Wearable computer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를 상세하게 기록해준다. 사실 Fuelband는 스마트와치와 경쟁한다. 즉, 나이키의 경쟁자는 삼성전자인 셈이다. 그 누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도 손목에 차고, Fuelband도 차겠는가? 둘 중 하나만 차게 될 것이므로 결국 스포츠 의류회사인 나이키는 스마트와치를 차세대 하드웨어로 성장시키려는 삼성전자의 적임 셈이다.
IT 디바이스를 제조하는 제조사와 IT와 전혀 무관한 스포츠 의류회사가 서로 경쟁하게 되는 시대가 IOT의 시대인 것이다. 사실, 나이키 플러스의 핵심은 Fuelband라는 디바이스가 아니다. 결국 이 기기를 차고 운동하는 이유는 이 기기를 통해 축적된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활용해 나이키가 소비자에게 보다 스마트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스포츠 의류회사인 Nike가 보여준 운동관리 서비스
나이키+의 서비스는 모바일, 웹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데 그간 운동한 내역을 상세하고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구글지도 위에 조깅한 코스를 보여주기도 하고, 주변 지역의 사람들 중 나이키+를 이용해서 운동하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듯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운동에 소셜 기능을 결합해 혼자 하는 고독한 운동이 아닌 함께 즐기는 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에 빠져 살며 운동을 덜하면서 나이키의 소비자가 줄어들 것을 경계한 나이키는 디지털, 즉 사물 인터넷을 활용해 운동을 즐겁고 스마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향후 IOT 시대에는 비IT 기업들도 IT 기술을 활용해서 회사의 비전과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갈 것이다. 즉, 앞으로 사물 인터넷 시대에는 IT가 0차 산업이 되어 우리 산업 전반에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