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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세계 최초로 넷북이라는 이름으로 ASUS에서 EeePC라는 브랜드로 저가형 노트북을 출시했다. 저가형 미니 노트북은 출시 이후 6개월만에 100만대, 2008년 상반기에 250만대를 판매하며 히트 브랜드가 되었다. 이후 ASUS는 3세대 EeePC를 발표하며 성능을 더욱 고급화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지난 3분기 노트북 시장에서 Asus EeePC의 판매량이 무려 3만대를 돌파했다. EeePC의 인기로 세계적인 노트북 전문 업체인 후지쯔, 도시바 그리고 HP와 삼성, LG 등의 넷북 시장 참여를 촉발했다. 그렇다면 과연 넷북은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을까? 넷북은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하게 될까?
◈ 넷북 이전에 존재한 다양한 미니 노트북
넷북 이전에도 작은 노트북은 존재해왔다. 다만 넷북만큼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2005년 MIT 네그로폰테 교수가 100달러 랩탑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저렴한 교육용 노트북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대중화되진 못했고 이후 ASUS가 EeePC 브랜드로 저가형 미니 노트북을 출시하며 주목받기에 이르렀고, 인텔은 재빠르게 이 시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넷북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저가형 미니 노트북 시장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에 이르른다.
1997년 일본에서 출시된 리브레또 30은 무려 100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미니 노트북 시장을 활짝 열어준 제품이다. 이미 10년 전에 미니 노트북 시장은 존재했다. 다만, 이 당시의 미니 노트북은 노트북보다 가격이 비쌀만큼 고가의 제품이었으며 성능과 기능이 일반 노트북과 비교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개량해서 좀 더 강력한 성능에 높은 확장성을 지원하는 미니 노트북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연 것이 후지쯔와 소니이다. 이들 제품은 독특한 디자인과 경량화된 구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미니 노트북과 비교해 뛰어난 성능과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용은 비싸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2005년에 MIT 네그로폰테 교수가 제시한 100 달러 랩탑 프로젝트(OLPC)는 산업시대의 자본격차로 디지털 정보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소득 국가의 저소득 자녀를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 노트북은 일반 리테일 시장에 보급되지는 못했다.
OLPC 시장이 보급되는 것을 두려워 한 인텔은 클래스메이트 PC를 2006년 5월부터 시작하게 된다. OLPC에는 AMD CPU가 포함되어 있어 인텔은 이 시장에서 AMD 프로세서에 대한 반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1세대 클래스메이트 PC에는 인텔 셀러론 M 900MHz가 탑재되었으며 약 200 달러 안팎에 판매되었다. (참고로 OLPC는 100달러가 아닌 약 180여달러에 판매됨) 하지만,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저가 랩탑은 일반 리테일 시장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시장은 좀 더 저렴하면서 휴대성이 뛰어난 휴대용 노트북을 원했다. 이 시장을 겨냥해 MS와 인텔은 오리가미 프로젝트를 통해 모바일 PC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했다. MS와 인텔의 합작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 ASUS 등의 여러 업체가 참여해 2006년 말부터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UMPC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휴대성을 갖추었지만, 느린 성능과 만족스럽지 못한 가격, 불편한 조작성으로 인하여 빛을 보지 못했다.
이때 대만의 ASUS가 EeePC라는 이름의 저가형 노트북을 출시하기에 이르른다. 2007년 말 출시된 EeePC 701은 2008년 국내에도 출시되었는데 7인치 LCD와 1Kg도 안되는 초경량 디자인으로 약 40만원대에 판매되었다. 이후 EeePC는 꾸준한 성능 개선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도 40~60만원대의 가격을 유지하며 일반 노트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으로 대박 행진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시장 성장을 눈여겨 본 인텔은 이 같은 저렴한 미니 노트북을 넷북이라는 이름의 키워드를 만들어 적극 PR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MID(Mobile Internet Device)라 불리는 휴대용 인터넷 기기를 위해 개발한 초박형 프로세서인 아톰 프로세서를 넷북의 사양에 포함시키며 넷북 전용 프로세서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른다. 이를 통해 넷북의 프로세서로 저전력 프로세서인 아톰 프로세서는 크게 주목을 받게 된다.
◈ MID와 노트북의 틈새를 겨냥한 넷북
세계적인 불황을 맞아 저렴한 노트북인 넷북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넷북은 강력한 성능의 노트북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휴대용 기기인 스마트폰 등의 MID 대비 어떤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넷북의 인기는 경기가 안정화된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점점 휴대폰은 똑똑해진다. 이제 휴대폰으로 간단한 문서 작업과 인터넷 사용은 어렵지 않다. 물론 휴대폰의 입출력 장치의 한계로 인하여 노트북 등과 비교해 컴퓨팅 사용성은 미흡하다. 하지만, 휴대폰의 강력한 휴대성과 간단한 인터넷 접근성은 넷북 대비해서 경쟁 우위에 있다. 넷북의 휴대하며 간단하게 컴퓨팅, 인터넷 작업을 하기 위한 용도는 점점 똑똑해지고 컴퓨팅 파워가 개선되어 가는 휴대폰과 비교하면 무색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점차 쓸만한 MID들이 늘어가고 있다. 애플의 아이팟터치, 노키아의 N810, 민트패드 등과 같은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넷북보다 휴대하기 쉽고 더욱 직관적이며 간단한 사용성을 지원한다.
게다가 MID의 최대 단점인 입출력 장치의 한계도 혁신적인 디자인과 입출력장치의 제공을 통해 극복되어 가고 있다. 넷북은 그 디자인은 기존 노트북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게다가 화면도 크고 무게도 1kg 남짓이다. 휴대성에서 MID와 비교해 경쟁우위에 있을 수 없다.
또한, 훌륭한 성능과 편리한 입출력 장치를 지원하는 기존 노트북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50만원대의 넷북과 100만원대의 노트북을 비교할 때 가격 외의 다른 성능, 기능, 확장성, UI 등을 비교하면 넷북이 나을 것이 전혀 없다.
즉, 넷북은 노트북의 비싼 가격이란 단점과 스마트폰과 MID의 부족한 컴퓨팅 파워를 극복한 틈새 제품이라 말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트북의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스마트폰의 뛰어난 휴대성과 합리적인 가격 대비 부족한 제품이라 말할 수 있다. 노트북과 MID의 중간에서 넷북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틈새 시장이 더 커져야만 한다. 그런데, MID의 반격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노트북의 가격 하락도 만만치 않다. 넷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MID가 가진 강점(휴대성, 인터넷 접근성 등)을 더욱 닮아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