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매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백화점, 할인점은 왜 인터넷 기업에 속수무책으로 인터넷 쇼핑몰 시장을 내어주게 된 것일까. 그것은 마치 1990년대 초반에 데이콤, KT, 나우콤 등이 PC통신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2의 온라인 통신 서비스인 WWW을 장악하지 못하고 네이버, 다음, 야후 등에 시장을 내어준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인터넷에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들의 쇼핑몰 사업 진출에 있어 얻을 수 있는 교훈들에 대해 정리해보자.
인터파크는 2006년 목표를 매출액 1천284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 그리고 거래총액은 1조2천억원으로 잡았다. 종합쇼핑몰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매출 목표인 것이다. 인터파크가 이렇게 종합쇼핑몰로서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전자상거래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할만큼 뛰어난 기술력과 전문쇼핑몰을 기반으로 한 종합쇼핑몰로 확장해간 마케팅력이다.인터파크는 데이콤에서 소사장제로 시작되어 IMF를 맞으며 데이콤에서 나와 1999년 코스닥 등록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투자 가치를 내다본 홈쇼핑 업계에서 2000년부터 LG이숍과 CJ몰로 쇼핑몰 사업에 진출하면서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때 인터파크는 종합쇼핑몰이면서도 티켓, 도서, 여행, 화장품 등의 전문몰로 구분되어 운영을 했었다. 그런데 2002년을 맞으며 월드컵 판매대행사업을 확보하면서 마케팅의 호재를 맞게 된다. 하지만 월드컵 후에 백화점을 기반으로 한 롯데닷컴, 삼성몰 그리고 홈쇼핑에 기반한 LG이숍, CJ몰 등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에 2위, 3위로 주춤하게 된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2003년 6월18일을 기해 도서 무료배송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은 인터파크를 기사회생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 2003년 6월18일을 기점으로 인터파크의 방문자는 늘어갔고 경쟁 도서 쇼핑몰의 방문자수는 줄어들게 되었다. 기존에는 3만원 이하의 구매자는 2500원 정도의 배송료를 지불해야했지만 이러한 배송료 부담없이 책 한권도 발송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이같은 정책으로 인터파크의 도서 판매액은 3배, 전체 판매액은 2배나 급증하였다. 이를 통해 2004년 1/4분기에 도서판매액은 예스24보다 많은 253억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인터파크의 무료 배송정책은 경쟁사들의 무료 배송을 야기하며 북쇼핑몰 시장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이러한 배송정책으로 북쇼핑몰은 수익성 악화를 악재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책만 판매하는 쇼핑몰이 아닌 종합 쇼핑몰이기 때문에 도서를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이 교차구매, 연계구매를 함으로써 화장품, 영화/연극 티켓, 각종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여 전체 매출과 방문자수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되었다. 게다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즉 도서 판매가 일정 수량 이상으로 확보되면 무료 배송으로 악화된 수익을 보전해준다. 실제, 인터파크는 무료 배송정책 이후 매출이 급증, 흑자전환하였으며 의류와 가정용품 매출이 늘어나 종합 쇼핑몰이라는 사업 구도에 연계 효과를 주게 되었다. 이후 예스24가 2004년 4월 무료 배송을 시작하며 인터파크로 이동한 방문자를 회복해가자 인터파크는 바로 도서와 함께 화장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발빠른 대응을 했다. 이처럼 인터파크는 빠른 의사결정과 발빠른 대응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빠르게 변화하며 운영하고 있다. 이것이 인터파크 성공의 큰 요인인 것이다.
인터파크는 서점, 티켓예매, 화장품이라는 3가지의 주력 전문쇼핑몰을 기반으로 종합쇼핑몰에 맞는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하며 얻게 된 기술력과 마케팅력,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최고의 종합 쇼핑몰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비록 수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가볍게 구매 가능한 책과 소비력 강한 여성들을 유혹할 수 있는 화장품을 기반으로 해서 종합 쇼핑몰로의 고객 유입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반면 한솔CS클럽은 이러한 인터파크의 성장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솔CS클럽은 국내 인터넷 쇼핑몰 1세대로서 1996년 출범하였다. 당시 인터파크, 삼성몰과 함께 1세대 쇼핑몰로 야심찬 출발을 했지만 아쉽게도 설립 이래 한 번의 흑자도 내지 못했고, 2002년부터는 사이트 방문객 숫자도 줄어들어 2003년에는 143억원의 매출에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2004년에 한솔CS클럽은 약 20억원에 한솔CSN에서 에이스홀딩스로 주인이 바뀌었다. 사실 한솔CS클럽은 2002년 전까지만 해도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삼성몰과 함께 인터파크나 LG이숍, 롯데닷컴 등을 가볍게 따돌리며 종합 쇼핑몰의 입지를 구축하였다. 하지만, 2003년부터 경쟁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와 홈쇼핑 업체들의 인터넷 쇼핑몰 투자와 함께 한솔CSN은 마케팅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이것이 한솔CS클럽의 안정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되었다. 특히, 한솔CSN은 쇼핑 사업 외에 물류 사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쇼핑 사업의 낮은 영업이익에 대한 회사 내의 불만이 가중되면서 마케팅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되면서 인터파크와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제 종합 쇼핑몰 시장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한 백화점 기반의 쇼핑몰과 홈쇼핑을 기반으로 한 방송과 연계한 쇼핑몰 그리고 순수한 온라인 쇼핑몰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매년 거래액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수익률이 낮고, 오픈마켓의 위협으로 인하여 매출 성장의 한계마저 보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종합 쇼핑몰의 고민은 수익성 제고와 오픈마켓 시장 진출의 여부에 대한 고민이다. 2가지 숙제를 잘 해결해 차별화된 온라인 쇼핑몰(백화점, 시장, 홈쇼핑, 오픈마켓 대비)의 모습을 선보인 곳이 종합 쇼핑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