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vice Trend2015. 1. 1. 01:14
출간 준비 중인 Provice Trend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책은 6월 중 출간 계획)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할 때 모바일 패러다임이 어떤 영향과 사업의 기회를 줄 것인지 많은 기업들이 예상하고 전략적 대비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장을 석권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알던 국내 대기업이나 이미 PC와 웹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업들이 아니었다. 모바일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여전히 웹의 영향력을 모바일에서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었으며 기존 기득권을 더 크게 기회로 장악한 곳은 중국의 알리바바와 일본의 소프트뱅크였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 제때 대응하진 못했지만 기회를 잘 잡았던 것처럼 보이던 삼성전자나 다음은 지속 성장하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다. 오히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기업이 모바일 트렌드에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곳은 스타트업인 카카오톡, 우버, 샤오미 등의 기업들이었다.
 
제조의 대명사인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 이전에 블랙잭이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었지만 아이폰과 같은 대중적인 성공과 앱스토어라는 걸출한 플랫폼 구축은 실패했다. 아이폰의 성공공식을 보고, 옴니아와 갤럭시A, 갤럭시S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실패의 경험을 겪은 긑에 갤럭시S2에 이르러 희망을 보았다. 이후 갤럭시S4에 이르러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단말기 보급은 성과가 있었지만 그 단말기 기반의 플랫폼 장악력은 삼성전자가 아닌 그 단말기의 OS를 제공하는 구글과 킬러앱인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 돌아갔다. 한마디로 빈수레만 요란한 성과였다. 이후 갤럭시S5부터 국내 내수시장의 부진과 중국과 인도 등의 스마트폰 보급 지역 내 강자(샤오미와 마이크로맥스)와의 경쟁에 밀리면서 판매가 저조해지고 있다.

노키아와 달리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며 시장 지배에 성공한 삼성전자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것은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의 가장 중요한 영혼을 구글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잘 팔리던 1990년대 컴퓨터 제조사들은 고공 성장을 했지만 지속 생존하지는 못했다. 컴퓨터 시장이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헤게모니 주도권을 가진 기업은 컴퓨터 운영체제를 제공하던 MS와 그 컴퓨터로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던 야후와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이었다. 스마트폰 역시 컴퓨터의 성공 공식과 다를 바 없다. 애플은 아이폰만 만들어 판 것이 아니라 아이폰의 영혼인 iOS와 킬러앱을 유통하는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스마트폰에서 널리 사용하는 메일, 사진, 메시지 그리고 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인 껍데기만 만들 뿐 그 외의 영역은 구글과 페이스북, 카카오톡, 드랍박스, 에버노트 등에 의존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제조사의 시장 주도권이 희석된 것처럼 스마트폰 판매량이 점차 줄어드는 지금 하드웨어 경쟁력만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는 지속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나름 이같은 위기를 예상하고 바다, 타이젠과 같은 모바일 OS에 대한 개발을 해왔고 챗온과 자체 앱스토어, 뮤직 서비스 등에 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이유는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안목이 부족하고, 기존의 성공공식에 익숙한 경영진들의 바뀌지 않는 고집과 철학때문이다. 앞서 다음과 네이버, 닌텐도, 만화책 등의 기존 1등 기업이 이미 가진 것을 지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오히려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삼성전자가 가진 기존의 성공공식과 갤럭시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투자와 도전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를 떠들석하게 하고 있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혁신을 해가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벤치마킹해서 삼성전자처럼 빠르지만 애플처럼 HW와 SW 더 나아가 구글처럼 서비스 플랫폼을 모두 소유하는 전략으로 모바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전략은 이미 아마존이 킨들, 킨들 파이어, 파이어폰 등의 전자책, 태블릿, 스마트폰에서 실현해가고 있다. 하드웨어를 누가 더 많이 공급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하드웨어 속의 플랫폼을 이용해 사용자와의 관계 형성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같은 전략의 중요성을 알고 애플, 아마존, 구글은 각자가 가진 자산을 활용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그 전략을 중국의 샤오미는 중국 시장 특성에 맞게 변화시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가져온 스마트폰 충격에 발빠르게 대응하느라 하드웨어 자체에만 집중함으로써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했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아쉬움은 기존 서비스 사업자나 통신 사업자에게서도 발견된다. 2010년 3월에 아이폰 버전의 카카오톡이 출시되고 10월경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된다. 카카오톡의 출시와 함께 이동통신사의 SMS 전송건수와 매출은 위기를 맞이한다. 통신사들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몰랐을까? 그리고, 이같은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삼성전자와 네이버와 같은 시장 지배를 하던 기업들은 몰랐을까? 그리고, 이미 컴퓨터 메신저 시장의 1위였던 네이트온은 이같은 변화를 왜 대비하지 못했을까?

카카오톡과 기존 기득권의 큰 차이는 의사결정권자가 명확하게 이같은 변화를 몰랐다는 것이다.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일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임원만 알았을 뿐 회사를 경영하는 많은 의사결정권자들은 이 변화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반면 카카오톡은 새롭게 시작한 기업으로 의사결정의 구조가 간단하고 소수였고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장만을 보고 도전하고 있는 와중이라 이 같은 변화를 이해했고, 그 변화만을 쫒아야 하는 필연적 구조였다. 그것이 차이다.

실제 사용자들의 서비스 사용량과 시장 조사를 통해 알게 된 2011년이 지난 이후에 비록 뒤늦었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모두 뭉쳐 Joyn을 만들고, 삼성전자는 챗온, 네이버는 네이버톡, 다음은 마이피플 그리고 네이트온도 모바일용 네이트온을 준비한다. 카카오톡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뒤집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서비스 본연의 가치보다는 당장은 중요치 않은 알 수 없는 수익모델에 대한 연구와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전략을 위한 수 많은 문서 작업과 회의, 도움도 안되는 기존 것(SMS와 웹 및 PC와의 호환성과 연동 이슈)과의 연계를 위한 불필요한 업무 때문이다.


Posted by oo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