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카카오, 구글 그리고 삼성전자의 경쟁
키보드, 마우스, 손가락에서 이제 음성으로 하는 인터넷 패러다임
SKT 누구 2016년 8월, 2017년 11월 카카오 미니, 구글코리아 한국어 지원 버전의 구글 홈 2018년 9월 출시 그리고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갤럭시홈의 출시 계획을 발표한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국내의 AI 스피커 시장이 약 300만대로 미국, 중국 등에 이어 5위 정도의 규모에 이를 것이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가구수가 약 2000만개 정도 되므로 약 15% 정도에 보급이 된다고 볼 수 있다. 5천만 인구 중에 15% 정도면 약 750만으로 스마트폰 보급 대수를 위 AI 스피커 보급 대수로 비교해보면 2012년도 경과 유사한 보급 비중으로 볼 수 있다.
PC, 스마트폰의 보급 과정을 돌이켜볼 때 대체로 비중이 약 20%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보편화가 시작되어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된다. PC는 2000년대 전체 가구수의 20%였던 300만대, 스마트폰은 인구수의 약 20%인 1000만대가 돌파하면서 보급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 천만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하나의 거대 산업(웹 비즈니스, 앱 비즈니스)을 형성하였다. 대개 플랫폼의 진화 과정을 보면, 전체 대상자 수의 2% 가량인 얼리아답터들이 사용하면 니치 마켓이 형성되고, 적어도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거대한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려면 최소 10%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 10%가 넘어서기 시작하면 산업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질만한 동력이 생기며, 20% 가량 보급되면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트렌드가 된다. 이후에는 산업 기회를 넘어 문화 형성이 된다. 단, 문화가 형성되려면 다양한 서비스들이 킬러앱으로 등장하면서 각 산업 영역별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AI 스피커 시장도 유사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00만대를 넘어서면 내년부터는 보급에 가속이 붙으면서 금새 1천만대를 넘어 설 것이며, 한 가구에 2대 이상 설치된 경우도 꽤 될 것이므로 아마 3~4가구 당 한대씩은 보급이 될 것이다. 이후에는 2~3천만대를 훌쩍 넘을 것이다. AI 스피커는 PC나 스마트폰과 비교해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률이 높은 가구에서는 여러 대의 스피커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 보급된 AI 스피커 중에서 실제 스피커의 전원을 켜두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숫자는 아직 제한적일 것이다. 국내에 보급된 AI 스피커들의 음성 인식 수준이 걸음마 단계이고, 사용 가능한 서비스가 미흡하기 때문에 실 사용률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KT, KT, 카카오, 라인, 구글, 삼성전자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AI의 성능과 기능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 특히 AI는 Data의 양에 비례하여 진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사용자가 늘어갈수록 데이터가 많아지고, 그에 따라 더 빠르게 사람말을 인식하고 똑똑한 답변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쟁에서 모두가 웃지는 못할 것이다. 승자는 2~3개에 불과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2~3위 사업자보다 더 큰 이윤을 창출해낼 것이다. PC 시장의 MS가 만든 윈도우 운영체제와 웹에서의 구글이 제공하는 검색, 모바일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AI 스피커에서 우리가 부르는 아리아(SKT), 헤이카카오(카카오), 샐리아(네이버), 빅스비(삼성전자), OK 구글(구글), 알렉사(아마존) 중 하나가 WINNER가 될 것이다. 승자는 모든 것을 독식해서 우리 가정의 스피커 뿐만 아니라 가전기기와 자동차, 사무실 등 여러 기기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말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기기를 조작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최초 접속 디바이스는 가정 내의 독립된 스피커나 가전기기가 될 것이고, 채널은 우리가 최초에 부르는 AI 비서의 브랜드 이름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입에 익숙해져버린 AI는 그 습관을 무기로 더 많은 디바이스로 들어가면서 영향력을 강화해갈 것이다.
특히 음성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기기를 조작하는 방식은 새로운 디바이스의(하드웨어) 출현, 기존 디바이스의 변화 그리고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의 등장, 이를 지원하는 네트워크의 다변화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ICT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특히 이런 변화 이후 수반되는 킬러앱의 등장은 기존의 웹, 앱 서비스 시장의 패러다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자동차에서 인터넷을 음성으로 사용하게 될 때, 침대 위에서 잠자기 전에 AI 스피커를 이용하게 될 때, 집에서 시간 떼우면서 TV 앞에서 음성을 이용해 텔레비전을 조작할 때 어떤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PC나 스마트폰이 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AI 스피커에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는 음악, 알람, 날씨정보, 라디오 그리고 간단한 집 안의 기기 조작 정도인데 게임, 쇼핑, 검색, 예약, 상담, 배달 등 기존 서비스들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또한 음성을 이용한 인터페이스에 어울리는 새로운 서비스는 무엇일까?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어울리는 새로운 킬러앱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음성은 기존의 키보드, 마우스, 터치보다 더 쉽게 보다 많은 기기에 탑재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런만큼 사용자와의 접점과 사용 빈도 또한 기존의 그 어떤 서비스 플랫폼보다 규모가 크다. 그런만큼 이 서비스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은 향후 ICT 플랫폼 산업에 있어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에 따라 이 플랫폼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게 될 새로운 킬러앱을 만든 기업 역시나 구글(네이버), 아마존(지마켓), 페이스북(카카오)이 그랬던 것처럼 차세대 인터넷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