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사랑하는 조카가 셋이나 있다. 한 놈은 처형 아들로 초등학교 1학년으로 서울에 살고 있다. 또 둘은 동생의 딸로 먼 타지 미국에 있다. 태어난지 100일이 지나고 딱 한 번 본 이후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두살배기 유정이는 삼촌을 너무 잘 따른다.
돌도 되지 않아서 딱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은 삼촌을 따르는 이유는 뭘까? 그건 이틀에 한 번 꼴로 MSN 메신저를 통해서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유정이는 이제 PC만 켜면 삼촌이 나온다고 야단법석이다. 유정이에게 컴퓨터는 먼 한국에 있는 삼촌을 만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것이다. 또, 먼 미국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동생은 인터넷으로 한국 방송을 시청한다. 또,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한국 동화와 이솝 이야기를 유정이에게 종종 보여준다.
유정이에게 PC는 전화와 TV 그리고 유치원 선생님을 대신해주고 있다. IT에서 활동하는 내가 처음 PC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무렵이었다. 하지만, 유정이는 이미 한 살 때부터 PC는 물론 인터넷을 접하며 세상을 만나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디지털은 생활인 것이다. 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을 졸업해 사회인이 되면 얼마나 세상은 바뀌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