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폰은 세계적으로 대부분 2위 통신사업자와 독점적 계약을 맺어 출시됐다. 2007년 미국에서 아이폰이 최초 출시될 때 역시 2위 사업자인 AT&T와 아이폰이 출시됐다. 이후 2011년 2월이 되어서야 1위 사업자인 버라이존을 통해 아이폰이 출시됐다. 한국도 2009년 말 KT를 통해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아직까지 SKT를 통해서 출시되지 않고 있다.
만일 SKT에서 아이폰을 출시하면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냥 개인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려본다. 어떤 근거나 자료에 기초한 것이 아니니, 오버해서 해석하지 말도록..)
우선 미국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버라이존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17시간만에 예약주문이 매진되었다. 하루만에 약 10만대의 예약 주문이 이루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버라이존의 예약 판매 역사상 2시간만에 최고 기록을 거둘 정도로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http://goo.gl/0mf4M) 안정적이고 커버리지가 높은 버라이존의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감과 버라이존에서 AT&T로 통신사를 바꾸지 못하는 로열티높은 버라이존 사용자들이 아이폰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이 컸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로써 애플의 아이폰이 그간 고수해온 한 통신사 독점 체제가 깨지게 되었다. (http://goo.gl/EHOhV) 당연히 여러 통신사를 통해 아이폰을 공급하면 가입자는 지금보다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아이폰을 사용할 수 없는 통신사의 고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진만큼 응당 지금보다 아이폰 사용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보니 AT&T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상품 로드맵이 요구된다. 버라이존의 아이폰4 발매 이후 AT&T는 모토로라의 아트릭스 4G를 주력 단말로 홍보하고 있다.(http://goo.gl/8UQ7K) 사실 모토로라는 기존에 버라이존을 통해서 드로이드폰을 주력 단말로 공급하던 회사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아이폰 효과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 AT&T 입장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단말기가 필요했고, 애플의 아이폰을 적극적으로 밀게 된 버라이존에 외면받은 모토로라로서는 모토로라 제품을 밀어줄 다른 통신사가 필요해 둘이 만난 것이다.
어쨋든 이제 아이폰은 미국 1위의 통신사인 버라이존을 통해서도 공급되었으며, 시장 선점효과를 충분히 누린 AT&T를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다. 당연히 아이폰의 매력에 심취한 버라이존 사용자들 덕분에 아이폰 판매는 버라이존에서 AT&T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양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그간 스마트폰 사용에 주저했던 일반 대중의 스마트폰 구매는 그동안보다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폰 역시나 더 많이 팔리게 될 것이다. 또한, 안드로이드폰은 좀 더 다양한 디자인과 가격으로 선보일 것이기에 기존처럼 아이폰보다 더 많이 팔릴 것이다. 결국 아이폰의 버라이존을 통한 판매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시장은 좀 더 빠르게 스마트폰이 보급되는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미소를 짓는 곳은 통신사가 아닌 애플과 구글일 것이다. 당장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발생할 부가가치(콘텐츠 유통 수수료와 광고 및 앱스토어를 통한 앱 유통마진)는 이들 기업의 소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통신사의 최대 숙제일 것이고 버라이존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대안을 만들어갈 것이다.(아이폰의 판매숫자를 제어하면서 적절히 시장 통제를 할 것임)
돌아와서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만일 SKT가 아이폰을 판매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KT가 아이폰을 판매한 2009년 11월 이후 1년을 훌쩍 넘은 지금까지 아이폰의 판매량은 약 200만대이다. 아마 올해 KT가 계속 단독으로 아이폰을 판매한다면 그 숫자는 200만대 가량이 아닐까 싶다. 즉, 전체 400만대 규모가 된다. 만일 SKT가 합세해서 아이폰을 판매한다면 SKT 단독으로 못해도 300만대 이상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T가 아이폰을 판매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삼성과의 협력관계이다. 아이폰을 판매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된 삼성전자 플래그십 단말기의 독점 판매권을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통신 시장에서 중요한 단말기 공급권을 기반으로 협상에 있어서 통신사 대비 상당한 제어권을 가지게 된다. 단말기 공급에 대한 협상권은 통신사와 제조사간의 밀땅(밀고 땅기는)의 미묘함이 있는데 그 협상 우위권을 가지게 되면 통신사를 통제하기 쉬워진다.
이렇게 되면 갤럭시A, 갤럭시S로 이어져온 삼성의 주력 단말기를 독점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거나, 가지더라도 상당한 출혈(단말 보조금 등)이 있기에 비즈니스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KT의 아이폰 출시로 인하여 SKT가 받은 초기의 상처는 삼성전자가 제공해준 플래그십 단말로 해결되었다. 그런데, SKT가 아이폰을 출시함으로써 300만 가입자를 얻는 대신 향후 출시될 플래그십을 놓쳐서 발생될 수 있는 손실(KT 대비 경쟁력있는 단말기를 확보하지 못해 삼성전자가 내놓는 플래그십이 어떤 통신사에 제공되느냐에 따라 가입자가 유동적이게 되는 브랜드 포지셔닝의 실패)이 어찌 두렵지 않을까.
만일 아이폰을 출시해서 얻게 되는 300만 가입자가 아이폰을 출시하지 않으면 경쟁사로 떠날 고객이라면 적극 아이폰을 출시하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어차피 300만 가입자가 경쟁사에서 옮겨오는 고객이 아니라면 아이폰 출시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생기는 의문 하나... 미국의 버라이존도 같은 상황 아닐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버라이존은 약 1억명 정도의 가입자를 가진 거대한 통신사이다. 버라이존이 아이폰을 출시하더라도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쉽게 흔들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 반면 SKT는 약 2500만명의 가입자수를 가진 규모의 기업이다. 버라이존이 가지고 있는 마케팅 파워를 SKT가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니 아이폰의 선택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결론적으로 SKT에서 아이폰이 출시되면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의 협상권이 실추되어 삼성전자의 파워가 커질 우려가 있어, 그런 일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그런 일이 발생했네요. ^^ http://goo.gl/RMcuR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SKT가 아이폰을 출시해야 뭔가 얹힌 것 같은 한국 모바일 시장의 거북함이 해소될 것 같다. 그렇게 한 번 해소되어야 시장이 용트림하면서 제 2의 혁신이 시작될 것 같다. 그 어떤 분석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2009년 11월 사용자들이 원하는 스마트폰이 한국에 출시되어 많은 것이 변화된 것처럼... 특히 4G가 도래하는 올해 10월은 또 다른 지각변동이 예상되는만큼 그 전에 시장이 크게 흔들려도 변화무쌍한 분위기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