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앱이란 사람들이 자주, 많이, 오래 찾는 서비스를 말한다. 음식으로 비교하면 김치 혹은 김밥과 같은 것이다. 사실 플랫폼보다 더 중요한 것이 킬러앱이다. 플랫폼은 초기 개발에 들어가는 투자가 많고 RISK가 높지만, 킬러앱은 적은 비용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킬러앱은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변화한다. 모바일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궁극에는 킬러앱의 가치와 중요성이 높아져 갈 것이다. 웹 킬러앱과 모바일 킬러앱의 차이와 가치 그리고 특징을 알아본다.
◈ 웹 킬러앱의 변천사와 가치
웹에서의 킬러앱은 그간 여러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하반기 메일과 카페로 시작해서 검색, 미니홈피로 변화가 있었으며, 블로그 등의 서비스가 주도했다. 시대를 풍미하던 킬러앱이 무엇이냐에 따라 산업의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졌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의 웹 1.0에서 어떤 서비스들이 주목받았는지 고찰해보자. 초기 웹이 태동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은 서비스는 옐로우 페이지와 검색 서비스였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수 많은 홈페이지를 카타고리별로 잘 정돈해서 보여주는 디렉토리 서비스와 이러한 홈페이지를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가 초기 킬러앱이었다. 이때, 이 시장을 지배했던 사이트는 야후와 라이코스 그리고 알타비스타 등이었다. 국내에서는 심마니, 미스다찾니 그리고 네이버, 집(ZIP!) 등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 외에 아마존이나 이베이처럼 카머스도 사용자들이 웹을 통해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초기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하반기 주목받은 옐로우 페이지
이후 메일과 카페(커뮤니티)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해외에서는 핫메일, 야후메일이 서비스를 제공했고 국내에서는 다음이 한메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메일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가지면서 코리아닷컴, 엠파스, 깨비메일 등의 다양한 웹메일 서비스들이 탄생된다. 카페 역시 커뮤니티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등의 다양한 전문 커뮤니티가 등장한다. 이러한 시장의 분위기는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지면서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가 지배하던 한국의 웹 서비스가 토종기업인 다음과 여러 전문 커뮤니티 서비스로 넘어가게 된다.
2003년부터 네이버의 지식인이 시작되며 검색이 본격적인 웹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때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이다. 싸이월드가 SK컴즈에 인수되면서 마케팅 강화와 함께 미니홈피는 전국민의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SK컴즈의 네이트온도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 MSN 메신저에 이어 2위 사업자로서 점차 성장하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메일에서 메신저로, 커뮤니티 서비스가 카페에서 미니홈피로 변화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콘텐츠 서비스는 초기 디렉토리 기반의 서비스로 수 많은 홈페이지를 분류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다가 지식인의 등장과 함께 검색 기반의 서비스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 검색 서비스가 지금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카머스 시장 역시 1990년대 하반기 경매 기반으로 시작해 2000년대 상반기 쇼핑몰 중심으로 트렌드가 형성되었다.
2005년 이후 웹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가리켜 웹2.0이라고 부른다. 웹2.0의 물결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된다. 웹2.0의 대표적인 킬러앱은 유투브와 같은 UCC 동영상 서비스와 지도 그리고 블로그이다. 이들 서비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웹 서비스와 달리 이들 서비스는 서비스 내부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외부의 서비스에 Open하기 위해 API를 공개하면서 외부의 서비스와 연계를 강화했다라는 점이다. 유투브에 방문하지 않아도 다른 사이트에서 유투브에 등록된 동영상을 볼 수 있고, 유투브에 연결하지 않고도 유투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 구글의 지도는 구글 사이트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사이트에서 구글 지도를 불러들여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구글 지도를 매시업해서 만든 파노라미오 서비스
웹2.0은 기존 웹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일보했으며, 서비스에 대한 철학 역시나 크게 바뀌었다. 기존 웹 서비스가 사이트의 가입자와 방문자, 페이지뷰 등의 데이터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면 웹2.0의 서비스는 이러한 데이터보다는 API를 좀 더 많이 개방해서 좀 더 많은 외부의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다보니 실제 사이트의 가입자와 방문자는 늘지 않아도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외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의 지도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이다. 트위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Third Party 서비스는 수 만개에 달한다. 페이스북 내부에는 페이스북이 직접 만들지 않은 수 십만개의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구글 지도를 이용해 만들어진 서비스도 수 십만개에 이른다. 이처럼 웹2.0은 개방과 공개라는 서비스 철학을 기반으로 웹의 제2 부흥기를 열어주었다. 이때 주목받은 킬러앱들이 블로그와 동영상 UCC, 지도, SNS 등이다.
킬러앱은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네이버가 지식인을 킬러앱으로 트래픽을 많이 확보했기에 지금의 네이버(연간 1조가 넘는 기업)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이 한메일과 카페로 웹 초기 시장에서 킬러앱을 주도했기에 10년이 넘게 웹포탈의 2위 사업자로서 포지셔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SK컴즈가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로 킬러앱을 확보했기에 3위 사업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킬러앱을 확보하게 되면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그 이유는 킬러앱이 사용자들의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의 시간을 좀 더 많이 차지할수록 보다 많은 영향력이 생기며, 여기에서 BM이 생기기 마련이다. PC통신 시절 사용자들이 하이텔에 월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서비스를 사용했던 이유는 PC통신의 킬러앱인 채팅, 동호회, 자료실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포탈인 다음과 네이버가 매년 수 천억원의 수익을 얻는 이유는 검색, 블로그, 카페, 지도 등의 킬러앱을 통해서 사용자들의 시간을 많이 차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PC통신과 웹의 킬러앱이 차이가 있고, 웹도 시기에 따라서 킬러앱이 달라지는 것처럼 2010년 이후의 웹과 모바일에서 어떤 킬러앱이 주목받을 것인지를 파악해야만 이후 비즈니스 모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모바일 킬러앱의 특징과 사례
모바일 킬러앱은 웹 킬러앱과 무엇이 다를까? 모바일은 PC 기반의 웹과 기계의 특성이 다르다. 하드웨어가 다르다보니 서비스의 특성과 구성도 다르기 마련이다. 모바일에서의 킬러앱은 어떤 특징이 있고 그 사례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모바일 시장을 활짝 열어준 애플 아이폰의 혁신은 이동통신사가 직접 고객과의 접점을 가지고 있던 고객 영향력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아이폰을 구매한 이후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사용자는 이동통신사보다 애플의 아이튠즈를 통해 온갖 서비스(음악과 비디오 구매와 어플 다운로드 등)를 사용하게 된다. KT와의 접점은 처음 아이폰 구매할 때와 매월 통화료 청구서가 날아올 때 정도일 뿐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서 이동통신사를 배제한채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애플의 경쟁력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주도하는 기업들 모두가 고객 접점을 직접 만들어 지속적으로 고객과 접촉하려 한다. 고객의 Attention을 가져와야 고객의 가슴과 머리에 Postiontion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 포지셔닝된 브랜드는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잉태해준다. 비록 우리가 삼성전자의 PC를 사용하고, 하나포스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더라도 우리는 PC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네이버와 Daum을 인지하고 이들 포탈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며 서비스를(시간을) 소비한다.
춘추전국 시대의 모바일 플랫폼이 안정화되면, 그 이후에는 결국 고객과 가장 많이, 자주, 오래 접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우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고객과의 접점이 있어야 다양한(그리고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모바일에서의 킬러앱을 장악하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모바일에서의 킬러앱이 갖는 조건을 찾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왜 3인치의 작은 화면을 바라볼까를 분석해야 한다. 즉,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왜 볼까? 그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스마트폰은 휴대폰이다. 휴대폰의 사용 목적은 누군가와 통화하기 위함이다. 즉, 누군가와 Connect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 휴대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커뮤니케이션은 피쳐폰과 달리 다양하다. 피쳐폰이 통화와 SMS로 커뮤니케이션한다면 스마트폰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한다. 메일, 메신저 그리고 SNS와 미니홈피, 댓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가리켜 UC(Unified Communication)라고 부른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누군가와 연결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며, 이것이 첫번째 킬러앱이다. 실제 WhatsApp, 마이피플, 카카오톡 그리고 Skype, FaceTime, Fring, Nimbuzz 등의 어플들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킬러앱에 속한다.
둘째, 스마트폰은 시간을 떼울 때에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 상당수가 버스, 지하철 등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화장실, 엘레베이터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거리에서 이용한다. 이것은 Killing Time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간을 떼우는데 적합한 서비스는 유투브나 TV팟과 같은 동영상 혹은 네이버의 웹툰과 같은 만화, 수 많은 스마트폰용 게임들이다. 즉, Entertainment 영역에 속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스마트폰의 두번째 킬러앱이다.
셋째, 스마트폰은 웹처럼 정보검색을 위해 이용된다.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이동 중에 움직이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한다. 사람들은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호기심은 빠르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중에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하고, 물건을 구매하다가 제품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기도 하다. TV를 시청하다가 연예인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고 스포츠 스코어나 로또번호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러한 각종 질문을 해결해주는 역할로 스마트폰이 이용된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에서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질문에 답을 해주는 LiveK나 교통정보를 제공해주는 다음지도, 실시간 이슈를 알려주는 네이버의 실시간 이슈 검색 등이 킬러앱으로 주목받고 있다.
◈ 찻잔 속의 태풍에서 문화까지
전체 인구 대비 약 1~2%의 얼리아답터에게 주목받는 서비스는 Micro Trend라고 부를 수 있다. 사실 약 50만명의 사용자가 쓰는 서비스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국내 홈페이지 상위 100위 안에 들지 않으면 일 사용자수가 50~100만명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을 보면 Micro Trend를 불러 일으킨 것만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서비스들이 초기 반짝 트렌드만 얻고 티핑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주저 않는 경우가 많다. 캐즘을 넘어야만 Macro Trend로 성장할 수 있다.
매크로 트렌드는 국민의 약 10%가(500만명) 쓰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그 정도의 사용자 규모를 가져야 킬러앱이라 부를 수 있다. 10%만 확보하게 되면 금새 20%, 30% 이상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트렌드가 5년 넘게 지속되도록 하려면 문화가 되어야 한다.(1000만명의 서비스) 사실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그리고 카트라이더(게임) 등은 매크로 트렌드까지 시장 형성에 성공한 서비스들이다. 또한, 미니홈피 역시도 전국민의 서비스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메일, 카페, 검색 등은 이미 10년이 넘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웹의 문화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처럼 서비스가 문화로 자리잡아야만 지속성이 담보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