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혁신은 경쟁자나 시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인텔과 MS의 혁신은 스스로가 개발한 서비스와 상품을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텔이 개발한 AT, XT, 386, 486, 펜티엄에 이어진 프로세서의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혁신은 이미 잘 판매되고 있는 상품을 단종시키고 그 보다 더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는데 있었습니다. 즉, 잘 팔리고 있고 더 판매할 수 있는 펜티엄 프로세서라는 캐시카우를 버리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혁신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며 채찍질했기에 지금의 인텔이 존재한 것이죠. 또한, MS 역시 도스 그리고 윈도우, 윈도우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에는 결국 기존 윈도우를 버릴 수 있는 과감한 도전과 자기파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다음은 미국 IT 기업의 시가총액입니다. 애플과 구글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시가총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자기파괴와 혁신의 성공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애플의 도전정신과 혁신은 놀랄만합니다.
[2008년 8월의 미국 IT 기업의 시가총액]
- Microsoft (MSFT) - $255,648,204,000
- IBM (IBM) - $169,964,678,000
- Apple (AAPL) - $157,012,662,240
- Google (GOOG) - $156,392,862,560
- Cisco (CSCO) - $142,125,692,160
- Intel (INTC) - $135,658,860,000
- Hewlett-Packard (HPQ) - $111,866,423,760
- Nokia (NOK) - $97,746,699,520
- Research In Motion (RIMM) - $71,143,935,000
- Disney (DIS) - $59,257,501,500
- Dell (DELL) - $50,483,256,060
애플은 과연 컴퓨터 회사일까요? 1997년 설립된 애플은 2007년 1월에 애플컴퓨터라는 회사명을 버리고 "Apple, Inc"로 변경했습니다. 왜일까요? 애플은 더 이상 컴퓨터 회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컴퓨터를 만들던 회사에서 벗어나 MP3P를 만들고, IPTV, 휴대폰을 만듭니다. 게다가 하드웨어만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튠즈를 이용해 MP3와 비디오 유통에 참여하고 아이폰의 앱 스토어를 통해서 휴대폰에서 SW를 공급하는 SW 유통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애플이 컴퓨터 제조와 판매를 통해 발생되는 캐시카우에만 만족했다면 지금의 160조를 훌쩍 넘는 시가총액의 회사가 탄생되었을 수 있을까요? 애플은 컴퓨터 회사임을 버리면서까지 과감한 혁신을 추구했기에 MS를 위협하는 당대 최고의 IT 회사로 거듭날 수 있던 것입니다.
한국의 IT 기업들은 과연 어떤가. 아니 IT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국내 대표 기업인 SKT, KT는 어떤가요? 단언하건데 이들 기업은 혁신의 고삐를 바짝 당겨 IT에 대한 투자에 본격 나설 것입니다. 오히려, 순수 IT 기업인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탈의 경쟁력보다 기존 대기업들이 갖는 경쟁력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단, 그것은 자기파괴와 혁신의 패러다임으로 회사의 조직이 정비되었을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만일 그렇게 기업의 패러다임이 다시 태어나면 포탈이 주저하는 사이 시장 파괴를 추구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 인터넷 서비스의 새 역사를 쓸 것입니다.
자기잠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혁신이 사라진 대한민국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에서 희망의 씨앗은 대기업들의 변화와 작은 벤처들의 희망찬 도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성공의 실마리는 상생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할지라도 독식하려 들고 혼자만 살고자 하는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혁신에 실패할 것입니다. 애플, 구글 등의 IT 대표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그들이 상생의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차지하려 하지 않고 같이 나누려하는 플랫폼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구글의 서비스는 OPEN Platform을 지향합니다. 구글맵, 지메일, 캘린더와 오피스(Documents) 등은 모두 API를 개방해 외부의 웹 서비스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구글이 뒤늦게 인터넷 시장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글이 가진 기반 기술력 외에 열린 플랫폼으로 외부의 서비스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애플 역시 이와 비슷합니다.
애플은 사실 맥을 주력으로 만들어 팔던 시절에는 철저하게 폐쇄적인 플랫폼이었습니다. IBM 호환 PC처럼 컴퓨터 시스템의 아키텍처와 설계를 개방해 누구나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하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맥은 애플만이 만들 수 있었으며 맥의 판매와 맥용 소프트웨어의 판매 역시 애플이 직접 관여해 제 3자의 개입을 차단했습니다. 이러한 애플의 전통적인 폐쇄 정책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맥 고유의 UI를 지키기 위함이었지만, 이같은 폐쇄주의는 맥의 점유율을 답보 상태에 만들게 하는데 한 몫했습니다.
이어 애플이 만든 아이팟과 아이폰은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가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아이팟을 통해 제공되는 아이튠즈는 불법 MP3 다운로드로 음반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음반 제작업체와 음원 저작권자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이튠즈를 통해 합법적으로 음악 유통의 장을 만들어주면서 애플은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 플랫폼은 이제 오디오를 넘어 비디오, 전자북까지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국가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아이튠즈는 거대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아이폰에 SDK를 공개해 누구나 아이폰에 탑재되어 동작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소프트웨어를 아이튠즈의 앱 스토어에서 거래되도록 하면서 모바일에서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애플의 이러한 전략은 구글처럼 완전 개방형 정책은 아니지만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합니다.
즉, 인터넷 비지니스에서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기득권의 포기, 자기잠식의 두려움에서의 탈피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 수 있을만큼 시장 파괴적인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도출입니다. 세 번째가 바로 상생의 에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혼자 먹으려 하지 않고 함께 먹을 씨앗을 키우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 전략 수립의 중요한 비전이입니다.